살아 가면서(在生活裏)

법륜스님의 주례법문

含閒 2006. 11. 16. 21:21

인생을 살면서 나에게 가장 감명을 주었던 내용으로  후배들이 결혼인사왔을 때

자주 선물로 주는 글입니다.

가족에 대한 우선순위가 명백하여 가정사로 인한 혼란을 막고 판단을

쉽게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결혼하는 신랑신부여!  가정사로 고민하시는 분들이여!

한번 읽어 보시고 도움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스님의 허락도 맡지않고 글 올려 죄송합니다       (含閒 合掌)

 

 

법륜스님의 결혼식 주례법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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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두 분이 좋은 마음으로 이렇게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는데,
이 마음이 십년, 이십 년, 삼십 년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 앉아 계신 분들 결혼식장에서 약속한 것 다 지키고 살고 계십니까?
이렇게 지금 이 자리에서는 검은 머리가 하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거나,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 돕고 살겠는가 물으면, 예 하며 약속을 해놓고는
3일을 못 넘기고 3개월, 3년을 못 넘기고 남편 때문에 못살겠다,
아내 때문에 못살겠다 이렇게 해서 마음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다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결혼하기를 원해놓고는 살면서는 아이고 괜히 결혼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안 하는 게 나았을걸, 후회하는 마음을 냅니다. 그럼 안 살면 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 해놓고 안 살 수도 없고 이래 어영부영하다가
애기가 생기니까 또 애기 때문에 못하고, 이렇게 하면서 나중에는 서로 원수가 되어 가지고,
아내가 남편을 아이고 웬수야 합니다.
이렇게 남편 때문에, 아내 때문에 고생 고생하다가 나이 들면서 겨우 포기하고 살만하다 싶은데,
이제 또 자식이 애를 먹입니다. 자식이 사춘기 지나면서 어긋나고 온갖 애를 먹여가지고
죽을 때까지 자식 때문에 고생하며 삽니다. 이것이 인생사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결혼할 때는 다 부러운데 한참 인생을 살다보면 여기 이 스님이 부러워,
아이고 저 스님 팔자도 좋다 이렇게 됩니다. 이것이 거꾸로 된 것 아닙니까?
스님이 되는 것이 좋으면 처음부터 되지 왜 결혼해 살면서 스님을 부러워합니까?
이렇게 인생이 괴로움 속에 돌고 도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제가 그 이유를 말할 테니 두 분은 여기 앉아 있는 사람(하객들)처럼 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서로 이렇게 좋아서 결혼하는데 이 결혼할 때 마음이 어떠냐, 선도 많이 보고
사귀기도 하면서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이것저것 따져보는데,
그 따져보는 그 근본 심보는 덕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돈은 얼마나 있나,
학벌은 어떻나, 지위는 어떻나, 성질은 어떻나, 건강은 어떻나, 이렇게 다 따져 가지고
이리저리 고르는 이유는 덕 좀 볼까 하는 마음입니다.
손해볼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그래서 덕볼 수 있는 것을 고르고 고릅니다.
이렇게 골랐다는 것은 덕보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내는 남편에게 덕보고자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덕보겠다는 이 마음이 살다가 보면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아내는 30%주고 70% 덕보자고 하고, 남편도 자기가 한 30%주고
70% 덕보려고 하니, 둘이 같이 살면서 70%를 받으려고 하는 데 실제로는 30%밖에 못 받으니까
살다보면 결혼을 괜히 했나 속았나 하는 생각을 십중팔구는 하게 됩니다.

속은 것은 아닌가, 손해봤다는 생각이 드니까 괜히 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덕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떨까? 좀 적으면 어떨까요?
아이고 내가 저분을 좀 도와줘야지, 저분 건강이 안 좋으니까 내가 평생 보살펴 줘야겠다.
저분 경제가 어려우니 내가 뒷바라지 해줘야겠다, 아이고 저분 성격이 저렇게 괄괄하니까
내가 껴안아서 편안하게 해줘야겠다. 이렇게 베풀어줘야 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면
길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덕보겠다는 생각으로 고르면
백 명 중에 고르고 고르고 해도 막상 고르고 보면 제일 엉뚱한 걸 고른 것이 됩니다.

그래서 옛날 조선시대에는 얼굴도 안보고 결혼해도 잘 살았습니다.
시집가면 죽었다 생각하거든! 죽었다 생각하고 시집을 가보니 그래도 살만하니까 웃고 사는데,
요새는 시집가고 장가가면 좋은 일이 생길까 기대하고 가보지만
가봐도 별 볼 일이 없으니까, 괜히 결혼했나 후회가 됩니다.
결혼식하고 며칠 안 돼서부터 후회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은 결혼하기 전부터 후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냐, 신랑신부 혼수 구하러 다니다가
의견차이가 생겨서 벌써 다투게 됩니다. 안했으면 하지만 날짜 잡아놔서 그냥 하는 사람들도
제가 많이 봅니다. 오늘 이 자리의 두 사람이 여기 청년 정토회에서 만나서
부처님법문 듣고 했으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부터는 덕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됩니다.
내가 아내에게, 내가 남편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 내가 그래도 저분하고 살면서
저분이 나하고 살면서 그래도 좀 덕봤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줘야 않느냐 이렇게만 생각을 하면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심보를 잘못 가져놓고 자꾸 사주팔자를 보려고 합니다.

궁합본다고 바뀌는 게 아닙니다. 바깥 궁합 속 궁합 다보고 삼 년을 동거하고 살아봐도
이 심보가 안 바뀌면 사흘 살고 못삽니다.
그러니 이 하객들은 다 실패한 사람들이니까 괜히 둘이 잘살면 심보를 부립니다.
남편에게 '왜 괜히 바보같이 마누라에게 쥐어 사나, 이렇게 할 것 뭐 있나'하고,
아내에게는 '니가 왜 그렇게 남편에게 죽어 사나, 니가 얼굴이 못났나 왜 그렇게 죽어 사노'
이렇게 옆에서 살살 부추기며, 결혼할 땐 박수치지만 내일부터는 싸움을 붙입니다.
이런 말은 절대 들으면 안됩니다. 이것은 실패한 사람들이 괜히 심술을 놓는 것입니다.

남이 뭐라고 해도 나는 남편에게 덕되는 일 좀 해야 되겠다. 남이 뭐라 그러든,
어머니가 뭐라 그러든 아버지가 뭐라 그러든, 누가 뭐라 그러든 나는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 남편이 되어야겠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 마음을 딱 굳혀야 합니다.
괜히 애까지 낳아놓고 나중에 이혼한다고 소란피우지 말고 지금 생각을 딱 굳혀야지,
그렇게 하시겠어요? 덕 봐야돼요? 손해 봐야돼요?
'손해보는 것이 이익이다' 이것을 확실하게 가져야 합니다.
오늘 두분 결혼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반성 좀 해야합니다.

이렇게 두 분의 마음이 딱 합해지면, 어떻게 되느냐, 아내의 오장육부가 편안해집니다.
이 오장육부가 편해지면 어떻게 되느냐, 임신해서 애기를 갖게 될 때, 영아들도 죽을 때
초조 불안해 죽은 귀신도 있고, 편안하게 도 닦다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편안한 데는 편안한 게 인연을 맺어오고, 초조불안하면 초조불안한 게 딱 들어옵니다.
그래서 이것을 잉태라고 합니다. 태교가 아니고, 잉태할 때 여자가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잉태를 하면 선신을 잉태를 하고, 심보가 안 좋을 때 잉태를 하면 악신을 잉태합니다.
처음에 씨를 잘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결혼해 가지고 덕보려고 했는데 손해를 보니까,
심사가 뒤틀려 있는 상태에서 같이 자다보니 애가 생깁니다.
기도하고 정성 다해서 애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냥 둘이 좋아 가지고
더부덕덥덥 하다보니까 애기가 생겨버립니다.

그러니 이게 처음부터 태교가 잘못됩니다. 이렇게 잉태해 가지고는 성인 낳기는 틀린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밥 먹고 짜증내고 신경질 내면 나중에 위를 해부해보면
소화가 안되고 그냥 있습니다. 이 자궁이라는 것은 어머니의 오장육부하고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이것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짜증을 내면 오장육부가 긴장이 되어있습니다.
안에 있는 애기가 늘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것이 선천적으로
신장질환이 생기든지 이이가 불안한 마음을 갖습니다.
엄마가 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원기가 늘 따뜻하게 돌고, 애기가 그 안에 있으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이 아이는 나중에 태어나도 선척적으로 도인처럼
편안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니까 남편이 어떻든, 세상이 어떻든 애를 가진 이는 편안 해야합니다.
편안하려면 수행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편안한 것은 누구의 영향을 받느냐 바로 남편의 영향을 받습니다.
남편이 애는 좋은 애를 낳고 싶으면서 아내를 걱정시키면 좋은 아이를 낳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내가 애를 가졌다고 하면 집에 일찍 들어오고 나쁜 것은 안 보여주고 늘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거들어 줘야합니다. 시어머니들도 손자는 좋은 것을 보고 싶은데
며느리를 볶으면 손자가 나쁜 애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며느리가 편안하도록 해줘야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본인이 편안한 것이 제일 좋고,
주위에서도 이렇게 해줘야합니다. 이렇게 정신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음식을 가려먹어야 합니다.
육식을 조금하고 채식을 많이 하고, 술 담배를 멀리하고 이렇게 해야 애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애기를 낳은 후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둘이서 서로 싸운다면 안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면 한국말 배우고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말 배우고
일본에서는 일본말 배우고 원숭이 무리에서 자라면 원숭이 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어릴 때 부모가 하는 것을 그대로 본받아서 아이의 심성이 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애기가 조그만하다고
애기를 옆에 두고 둘이서 짜증내고 다투면 사진 찍듯이 그대로 아기 심성이 결정이 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술주정하고 그러면 아이가 나는 크면 절대로 그렇게 안 할거야 하지만
크면 술주정합니다. 다투는 집에서 태어나면 자기는 크면 절대로 다투지 않겠다고 하지만
크면 다투게 되어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대로 모방해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애기를 낳으려면 직장을 다니지 말아요. 아니면 3년은 직장을 그만두어요.
아니면 애기를 업고 직장에 나가든지. 이렇게 해서 아이를 우선적으로 해야합니다.
아이를 우선적으로 하려면 아이를 낳고 안 그러려면 안 낳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아이가 복덩어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인생을 망치는 고생덩어리가 됩니다.
애 때문에 평생 고생하고 살게됩니다. 3년까지만 하면 과외 안 시켜도 괜찮고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제 말 잘 들으십시오.

이렇게 안 하려면 낳지를 말고 낳으려면 반드시 이렇게 하십시오.
그래야 나도 좋고 자식도 좋고 세상도 좋습니다. 잘못 애 낳아서 키워놓으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반드시 이것을 첫째 명심하십시오. 가정에서 이것이 첫째입니다.

두 번째, 제가 신도 분들 많이 만나보면, 애 때문에 시골 살면서 남편 떼어놓고
애 데리고 서울로 이사가는 사람, 애 데리고 미국에 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절대 안됩니다.
두 부부는 애기 세 살 때까지만 애를 우선적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편은 아내, 아내는 남편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애기는 늘 이차적으로 생각하십시오.
대학에 떨어지든지 뭘 하든지 신경쓰지 마십시오.

누가 제일 중요하냐, 아내요 남편이 첫째입니다. 남편이 다른 곳으로 전근가면 무조건 따라가십시오.
돈도 필요 없습니다. 학교 몇 번 옮겨도 됩니다.
이렇게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중심으로 놓고 세상을 살면 아이들은 전학을 열 번 가도
아무 문제없이 잘삽니다. 그런데 애를 중심으로 놓고 오냐 오냐 하면서
자꾸 부부가 헤어지고 갈라지면 애는 아무리 잘해줘도 망칩니다.

여기도 그렇게 사는 사람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정신차리십시오. 제 얘기를 선물로 받아 가십시오.
이렇게 해야 가정이 중심이 서고 가정이 화목해집니다. 이렇게 먼저 내가 좋고
가정이 화목한 것을 하면서 내가 사는 세상에도 기여를 해야합니다.
우리만 잘 산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늘 내 자식만 귀엽게 생각말고
이웃집 아이도 귀엽게 생각하고 내 부모만 좋게 생각하지 말고 이웃집 노인도 좋게 생각하고
이런 마음을 내면 어떠냐, 내가 성인이 되고 자식이 좋은 것을 본받습니다.
그리고 부모에게 불효하고 자식에게 정성을 쏟으면 반드시 자식이 어긋나고 불효합니다.
그런데 늘 자식보다는 부모를, 첫째가 남편이고 아내고 두 번째는 부모가 돼야
자식의 교육이 똑바로 됩니다. 애를 매를 들고 가르칠 필요없이 내가 늘 부모를 먼저 생각하면
자식이 저절로 됩니다. 그러니까 애를 키우다 나중에 저게 누굴 닮아 그러나 하면 안됩니다.
누굴 닮겠습니까. 둘을 닮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나쁜 인연을 지어서 나쁜 과보를 받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반드시 인연을 잘 지어서
처음에 조금만 노력하면 나중에 평생 편안하게 살수 있습니다.
두 부부는 서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해야합니다.
자식을 낳으려면 잉태 할 때와 뱃속에 있을 때, 세 살 때까지가 중요하니
마음이 편안해야 하고 부부가 화합해야 합니다. 주로 결혼해서 틈이 생길 때 애가 생기고
저 남자와 못살겠다 할 때, 애기를 키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부모에게 저항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애가 중학교까지 잘 다니다가 고등학교 가더니
그렇다, 친구 잘못 사귀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납니다. 그러니 이미 애기가 그렇게 되었거든
지금 엎드려서 참회를 하여야 고쳐집니다.
지금 이 부부는 안 낳았으니까 반드시 그렇게 낳아야 합니다.

세 번째 남편을 아내를 서로 우선시 하고 자식을 우선시 하지 않습니다.
첫째가 남편이나 아내를 우선시하고 둘째가 부모를 우선시하지 남편이나 아내보다도
부모를 우선시 하면 안됩니다. 그것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일단 아내와 남편을 우선시 할 것, 두 번 째 부모를 우선시 할 것, 세 번 째 자식을 우선시 할 것,
이렇게 우선순위를 두어야 집안이 편안해집니다.

그러고 나서 사회의 여러 가지도 함께 기여를 하셔야 합니다.
이러면 돈이 없어도 재미가 있고, 비가 세는 집에 살아도 재미가 있고,
나물먹고 물 마셔도 인생이 즐거워집니다.
즐겁자고 사는 거지 괴롭자고 사는 것이 아니니까, 두 부부는 이것을 중심에 놓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남편이 밖에 가서 사업을 해도 사업이 잘되고, 뭐든지 잘 됩니다.

그런데 돈에 눈이 어두워 가지고 권력에 눈이 어두워 가지고,
자기 개인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가지고 자기 생각 고집해서 살면 결혼 안 하느니보다 못합니다.
그러니 지금 좋은 이 마음이 죽을 때까지 내생에까지 가려면 반드시 이것을 지켜야 합니다.
이렇게 살면 따로 머리 깎고 스님이 되어 살지 않아도 해탈하고 열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대승보살의 길입니다. 제가 부주 대신 이렇게 말로 부주를 하니까
두 분이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www.jungto.org

 

'그들'을 위해 18일째 단식중인 법륜 스님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8.06.12 11:30 | 최종수정 2008.06.12 15:12



[중앙일보 안성규] 북한 주민을 위해 단식한다면 좀 뜨악한 눈길을 받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시선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나선 첫 남한 인사가 있다. 사단법인 '좋은 벗들'과 평화재단의 이사장 법륜 스님은 12일 현재 18일째 '북한 주민을 위해' 단식 중이다. '좋은 벗'들은 주로 북한의 평화와 인권을 위한 운동을 펼치는 NGO다.

소리 소문도 없이 한다. 북한 관련 한 세미나에서 '스님이 단식 16일째'란 짧은 소식을 듣고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그런 얘기가 없었다. 평화재단의 정안숙 사무총장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알리지도 않았는데…"라고 놀라는 표정이다.

인터뷰 신청을 하자 곧바로 연락이 왔다. '단식 18일째면 누워 있어야 하는데 힘들지 않을까'하는 물음표를 달고 좋은 벗들을 찾아가자 스님은 멀쩡한 표정으로 평화재단 5층 사무실로 나타났다. 놀라서 물었다.

-단식하신다는데 돌아 다녀도 됩니까.
"단식 해도 일과는 평소와 같습니다. 아침부터 사회 지도층 만나고, 행사 참석하고..."
-건강은 어떻습니까.
"체중이 평소보다 8㎏정도 빠졌습니다. 준비단계에서 2㎏, 본격 단식에서 6㎏빠졌습니다."

-자주 단식하십니까.
"예전에 수행할 때 20~30일 기간 동안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스님은 단식이 별 것 아니라는 투다. 그러나 힘이 없어 보인다. 목소리가 가늘고 목이 타는 듯하다.좋은 벗들의 다른 행사에서 사근사근하지만 힘 있던 목소리와는 다르다. 정성이 엿보인다. 안스러운 마음이 인다. 본론으로 들어갔다.

-왜 단식합니까.
"굶는 사람을 위해 단식합니다."
그리고는 긴 설명이 이어졌다.
"굶는 북한 주민을 살리려고 당국과 사회 요로에 아무리 호소해도 안됩디다. 북의 주민은 굶어 죽고 사태는 악화되는데 종교인으로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고통을 함께 하자는 뜻입니다. 그게 첫번째입니다. 그리고 '배고픈 자의 고통'을 알아야 일을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

바짝 마른 입술을 물로 축이는데 빨대를 빠는 입이 느슨하다.
"죽어가는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남북이 얼마나 이 문제로 대치합니까. 학자들은 북한에 시장경제를 확대하려면 지원해선 안된다 하고, 누구는 북한의 기아정치를 지원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정보가 없는 사람은 '상황이 급박하지 않다'고 하며 '차제에 북한이 무릎을 꿇게 해야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민이 죽는 것은 모릅니다. 기적이 필요할 지경입니다. 간절히 기도를 해야합니다. 그래서 단식을 합니다. 먹을 것 잘 것 다 해서는 일이 안됩니다. 화두를 타파할 때의 간절함이 필요합니다. 칼날 위에 선 사람 같이, 고양이가 쥐를 잡듯, 목마른 자 물을 찾듯, 굶주린 자 간절히 밥을 찾듯 해야합니다."

주문을 외듯 말들이 마른 입술을 통해 줄줄이 나왔다.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북한에 당장 20만t의 식량을 긴급 지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정부가 움직이도록 촉구하는 것입니다. 민간에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왜 20만t입니까.
"북한 주민의 1일 곡물 소비량을 1만t으로 잡으면 6~7월의 춘궁기를 넘길 식량이 60만t 정도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 3분의 1이라도 제공해 죽이라도 끓여먹고 춘궁기를 면하라는 것입니다"

-남북 대치가 심한데 단식으로 되겠습니까.
"남한은 끌려 다니지 않겠다, 무릎을 꿇리겠다고 하고 북한은 죽었으면 죽었지 구걸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민간 단체는 관성 대로 하고 있습니다. 뭔가 획기적인 게 필요합니다."

-북한이 아사 직전 상황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정보가 잘못돼 있는 겁니다. 지금 황해도의 상태가 아주 심각합니다. 아사자가 많아요. 그러나 탈북자들이 함북사람 중심이어서 황해도 상황은 잘 안들어 옵니다. 겨우 1%가 황해도 출신이거든요. 시장도 요새는 활성화되지 않아서 정보가 제대로 돌지 않습니다. 학자들은 1년전까지만 해도 장마당이 활성화돼 있어 거기서 정보를 얻었는데 작년 9월이후 완전히 통제돼서 정보를 얻기가 힘듭니다. 정보를 취급하는 기관도 대부분은 지원 반대층들입니다. 게다가 진보 진영에는 정보 수집자들이 없습니다. 그러니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좋은 벗들은 군 단위 동 단위까지도 소식을 얻습니다. 북한 당국이 철저히 통제하고 시외전화를 못쓰게 해도 우린 3일 안으로 정보를 받습니다. 그러니 상황을 잘 알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정보를 다 믿습니까.
"이해관계 없는 사람들이 주는 정보들입니다. 모두 착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친구도 나를 돕습니다. 10여년전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내가 뭘 하는지 다 압니다. 정보를 절대로 돈 주고 사지도 않고 과장 축소도 절대 안합니다. 나는 종교인입니다.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

-그래도 극단적인 것 같습니다.
"1997년에도 논쟁이 많았습니다. 과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170만명의 북한 주민이 죽었습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죽는 자에게 누구도 책임을 안졌습니다."

-단식이 벌써 17일 째인데 변화 조짐이 크게 없습니다. 해결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큰 관심이 없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노력한다고 금방 해결되면 이런 게 필요 없지요. 그래도 굶어죽는 사람을 위해 애달파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놔두면 북한 체제에 충격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많이 사망할 수록 효과가 크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모두 죽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그런 것은 산 사람 중심의 추상적 생각입니다. 죽는 사람이 내 가족이라면 그러겠습니까. 서울 인구가 많으니 반쯤 죽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말이 되겠습니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입니다. "

-북한 체제 연장해주는 것 아닌가요.
"나는 남북 모두에 비난 받습니다. 남은 좋은 벗들을 친북 단체라 하고 북한은 우리를 스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대꾸도 않습니다. "

-외면하면 북한의 태도도 바뀌지 않겠습니까.
"북한을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우린 북한 체제 붕괴를 바라지만 북은 그 정도의 희생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북한을 방문할 계획입니까.
"못들어갑니다. 그러나 내가 못들어가는 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래도 지금도 계속 식량을 한 두 트럭 단위로 보내줍니다."

-상황이 맘에 들지 않겠습니다.
"죽는 사람을 살리는 게 문명사회의 도덕률입니다. 굶어 죽는 동포를 외면하는 국가라면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살려놓고 봐야 합니다."

이쯤 되면 법륜 스님은 온 몸을 던져 단식하는게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 안타까움을 곁들여 말했다.

-기왕이면 더 강하게 세상에 대해 말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요.
"요즘 세상은 너무 자기를 내세워서 분란이 많습니다. 거기에 혼란을 하나 더 덧붙이기 싫습니다"

-그러면 계속 아무도 모르는 단식을 하실 겁니까.
"3주간은 기도를 할 겁니다. 이 기간동안 변화가 없으면 좀 더 자극적으로 호소할 생각입니다. 남북 모두에게 말입니다."

-언제까지 할 겁니까.
"정부가 준비되는 날까지는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대화를 일상적인 문제로 돌렸다.
-진짜 물만 드십니까.
"물만 마시고 장 협착을 막기 위해 산약초 다린 물을 두 번 정도 마십니다"
기자에겐 오미자 꿀물이 나왔는데 단맛을 느끼기가 민망했다.
-단식 경험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지난해 6월에 30일 정도 단식했습니다. 옥수수 1000t 보내기 내부 모금을 위해서였습니다. 모두 2000t의 옥수수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입술이 터져서 보기가 흉하다는 이유였다.
-왜 다치셨습니까.
"3일전 일어나다 현기증으로 쓰러졌습니다. 아랫입술 살점이 다 떨어져 의사가 꿰매야한다는데 그러면 말을 할 수 없다기에 수술을 안 했습니다. 의사는 '나중에 입술이 튀어나와 모양이 흉하게 된다'고 했지만 중이 모양은 무슨…"

-부처는 극단적 고행을 금했습니다.
"일부러 몸을 괴롭히는 고행을 금한 것입니다. 불위를 걷기, 물 속에서 숨 오래 참기 같은 것들이지요. 단식은 아닙니다. 부처님도 49일 금식하셨습니다."

재단은 인터뷰 직전 동화상을 보여줬다. 거기엔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란 주제가 담겨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것=옥수수 20kg.
북한 어린이의 1일 최소 필요량=옥수수 200g
그러므로
만원으로 북한 어린이 1백명이 하루를 더 살고
북한 주민 한 가족이 한달을 버틴다.
인터뷰 중간에 했던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엔 웰빙 바람이 거세지요. 그러면서도 바로 옆에서 동포가 굶어 죽는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웃의 고통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닌가요. 내 건강이 중요하면 타인의 삶도 중요하고 나누어 주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내 삶만 생각해선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