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대변인’ 김의겸, EU 대사가 하지도 않은 말 지어냈다
발언 왜곡 27시간만에 민주당 홈피에 사과문
李대표와 비공개 면담 ‘거짓 브리핑’
“DJ·노정부땐 北과 채널 있었는데
尹정부는 없어 대응 한계있다 했다”
EU대사 “내 말과 달라” 강력 항의
與 “EU와 관계 흠집… 외교 참사”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이 9일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유럽연합) 대사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 대화 중에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는 없었다”며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 대사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제1 야당 대변인이 외교 사절의 발언을 왜곡했다가 항의를 받고 하루 만에 공식 사과를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외교 참사”라고 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대변인 리스크가 또 터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사태는 김의겸 대변인이 지난 8일 페르난데즈 대사와 이 대표 간의 비공개 면담을 브리핑하면서 시작됐다. 김 대변인은 당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EU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는 대화 채널이 없어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되어도 대화 채널이 있었기에 교류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이 전한 발언만 보면 페르난데즈 대사가 북한 도발에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주한 외교 사절이 야당 대표에게 주재국 정부를 비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페르난데즈 대사는 김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민주당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 정부에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내 말이 야당의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잘못 인용되고 왜곡돼(mis-used and twisted) 유감이다. 당신도 잘 알다시피 그런 뜻이 아니며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밝혔다고 외교부가 기자단에 공지했다. 이 대표와 자신이 나눈 대화가 김 대변인 입을 통해 왜곡돼 언론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9일 오전까지만 해도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따로 할 말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자칫 외교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뒤늦게 사과문을 올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민주당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린 시간은 이날 오후 3시 49분이다. 발언을 왜곡한 지 약 27시간 만에 사과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지난달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행사장에서 만난 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따라가 의도적으로 악수 장면을 연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 대변인은 지난달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을 둘러싼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지만, 의혹의 술자리 장소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김 대변인은 2019년 3월 청와대 대변인을 사퇴한 뒤 총선에서 최강욱 의원 등과 함께 열린민주당 비례로 국회에 들어왔다. 열린민주당이 민주당에 흡수되면서 민주당 의원이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대표와 대사 간의 대화를 왜곡하는 것은 외교상 중요한 결례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김의겸 의원의 거짓말로 EU와의 외교 관계는 흠집이 났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용에도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고 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EU 대사의 권위를 빌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셈인데 이런 게 바로 외교 참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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