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금메달 순간, BTS 노래 부탁했는데 안 나와 아쉽다”

含閒 2021. 7. 25. 22:33

“금메달 순간, BTS 노래 부탁했는데 안 나와 아쉽다”

도쿄 | 김은진 기자

입력 : 2021.07.25 21:02 수정 : 2021.07.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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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9연패 양궁 여자 단체팀, 유쾌했던 대기록의 순간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친 뒤 진천선수촌의 고된 밤낮을 보내고 선 올림픽 무대. 그 어느 선수들보다 힘겨운 과정을 견뎌내며 선배들의 전통까지 지켜야 했던 젊은 궁사들은 아무도 울지 않았다. 유쾌하게 대기록의 순간을 마음껏 즐겼다.
    경기 뒤 시상대 위에서도, 기자회견장에서도 미소가 가득했다.
    ‘막내’ 안산은 이번 대회 첫 2관왕에 올랐다. 전날 남자부 김제덕과 함께 올림픽 사상 첫 혼성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하루 만에 여자 단체전 금메달까지 목에 건 안산은 “단체전 금메달에 대한 욕망이 가장 강했다. 꿈을 이루고 셋이 다 같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오는 30일에는 여자 개인전으로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 한국 양궁 사상 없었던 올림픽 3관왕에 도전할 수 있게 됐지만 ‘스무 살’ 안산은 “내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다 이뤘다”며 “개인전은 그냥 내 운에 맡기고 재미있게 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주자였던 장민희는 경기 내내 안정적이었다. 6번 중 한 번은 10점, 다섯 번은 9점을 쐈다. 3세트 마지막 발에도 흔들리지 않고 9점을 쏜 장민희는 “마지막 발, 사실은 빨리 끝내버리자는 생각만 하고 쐈다”고 말했다.
    이날도 외신 기자들은 ‘9연패의 기적’ 원동력을 궁금해했다. 너무나 편안하게 웃으며 금메달을 따낸 세 궁사에게 ‘압박감은 없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 선수들은 모두 국가대표 선발전을 제1 비결로 꼽았다. 대표 선발전의 아픔을 이미 경험한 강채영은 “대표 선발전에서 잘하는 사람을 거치고 거쳐서 정말 종이 한 장 정도의 실력 차로 뽑히고 올림픽에 오기 때문에 강해지는 것 같다”며 “선발전을 많이 해서 다들 이제 긴장은 되지 않는다. 올림픽이라 긴장되지만 선발전을 치른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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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여자 양궁 선수들에게 이제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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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가지 못하고 방황했던 강채영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도쿄에서 결국 해냈다. 경기 내내 웃으며 활을 쏜 강채영은 “당시 선발전 이후 슬럼프를 겪었지만 그 뒤 내 실력은 한층 좋아졌다.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배웠고 그렇게 하다 보니 집중했다”며 웃었다. 금메달을 확정한 뒤 한국 ‘양궁 여자 아이돌’들을 축하하듯 양궁장에는 한국의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강채영은 기자회견에서 “사실은 BTS(방탄소년단)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는데 안 나와서 아쉽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 강채영(25), 장민희(22), 안산(20) 등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세트포인트 6-0으로 제치고 우승해 올림픽 9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 리우 탈락 아픔 이긴 강채영
    대회 첫 2관왕에 오른 안산
    흔들림 없는 ‘마무리’ 장민희
    “압박? 선발전이 더 어려워”
  • 안산, 장민희, 강채영(왼쪽부터) 등이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시상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