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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전두환 대통령' 기념석..여전한 그 자리의 잔재들

含閒 2019. 5. 18. 14:20


이 시대의 언론입니다.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런지???


와이파일]'전두환 대통령' 기념석..여전한 그 자리의 잔재들

입력 2019.05.18. 08:03 수정 2019.05.18. 08:09 

               



먼저 호칭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전두환 '씨'로 통일하겠습니다. 일각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 전두환 '각하'라고도 부르는데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고,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치 중립적인 호칭인 전두환 '씨'로 부르겠습니다.

전두환 씨는 무슨 죄를 지었을까요? 내란목적살인, 내란수괴, 반란수괴, 뇌물 등입니다. 내란, 살인, 수괴, 뇌물.. 무시무시한 단어들이죠. '내란', 정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큰 싸움을 벌이고 '살인', 사람을 죽이고 '수괴', 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인데 '뇌물'까지 받았다는 뜻입니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을 일으켰고, 1980년 5월 18일 이후 광주와 전남에서 수많은 시민이 죽어 나간 진압 작전을 지시했고, 뇌물도 추징금만 2천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받은 사람이 전두환 씨입니다. 1심은 사형이었습니다. 2심은 무기징역으로 낮아졌고 3심은 무기징역을 확정했습니다. 2019년인 지금, 전두환 씨가 자유의 몸인 이유는 무기징역이 확정된 해인 1997년 12월,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됐기 때문입니다.

▲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전두환 기념석

▲ 한자로 '대통령 전두환'이 새겨져 있다

이것도 '국민 대화합'이라는 명분일까요. 국립중앙도서관에 가면 전두환 기념석이 있습니다. 거대한 비석에 한자로 '국민독서교육의 전당 - 대통령 전두환'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1988년 국립중앙도서관을 남산에서 지금의 반포동으로 이전할 때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에 국립중앙도서관은 법적으로 배포가 금지된 '전두환 회고록 1권'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서 비판을 받았는데요. 내란, 살인, 뇌물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전두환 씨의 회고록도 빌려주고 기념석도 버젓이 전시하는 국가 대표 도서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까요?

※ '배포 금지' 전두환 회고록 버젓이 대출 (2018.11.26)
https://www.ytn.co.kr/_ln/0103_201811260517016750


▲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있는 전두환 기념석

▲ 한자로 새겨진 '대통령 전두환'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전두환 기념석'은 전국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에 가봤습니다. "중소기업은 나라의 주춧돌 - 대통령 전두환"이라는 커다란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여의도공원을 바라보는 대로 앞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전두환 기념석을 으슥한 공원 속 나무 사이에 둔 것과 대조적입니다.


▲ 대구공고 정문 앞에 있는 전두환 기념석

▲ 대구공고에 세워진 전두환 기념석

전두환 씨가 졸업한 대구공고는 전두환 기념석 천지입니다. 정문을 들어서면 중앙 통로 양 옆으로 커다란 표지석이 있습니다. 모두 전두환 기념석입니다. 학교 한편에는 전두환 씨가 방문한 것을 기념하면서 심은 기념수도 있고요. 전두환 씨의 호 '일해'를 딴 정자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학교 안에 전두환 자료실을 만들어 전두환 씨 동상까지 전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없애기도 했습니다.


▲ 전두환의 호를 따서 만든 대구공고의 '일해정'

전국에 흩어진 '전두환 기념석'들을 싹 다 모아 없애버려야 할까요? 동의하는 분도, 반대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제11공수여단 사례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11공수는 5·18 민주화운동 때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한 부대입니다. 이곳에도 전두환 씨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가 있는데요. 최근 광주시와 국방부, 5월 단체는 이 기념석을 5·18 자유공원으로 이전했습니다. 기념비적인 성격을 버리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기억을 공유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 제11공수여단에 있는 전두환 기념석

기억은 존재를 규정합니다. 망각은 존재를 부정하는 오욕의 역사를 낳습니다. 39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우리가 5·18 민주화운동에 참가한 유공자들을 기리는 이유입니다.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두환 씨의 잘못을 똑똑히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념할 수 없는 자의 기념석들, 이제는 다른 자리에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욕의 역사도 우리가 직시할 현실입니다.

취재기자: 한동오 (hdo86@ytn.co.kr), 최민기
촬영기자: 김태형, 시철우
그래픽: 이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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