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와 결이 안맞다"..황영기의 씁쓸한 퇴진
송종호 기자 입력 2017.12.04. 20:13초대형 투자은행(IB) 등 금융투자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황 회장은 사실상 연임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황 회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회원사도 많다는 점을 확인해 연임을 포기했다”며 “특히 시대적 분위기와 맞아야 하는데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제 생각과 다른 경우가 있고 건의를 해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그간의 섭섭함을 표현했다. 황 회장은 지난 1일 국회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무척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통과로 증권사의 기업신용한도가 200%까지 늘어났다”며 “나쁜 짓도 아니고 (부작용에 대한) 여러 통제장치가 있는데도 고생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어 “외교용어로 나는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와 같았다”며 “여러모로 따졌을 때 연임하겠다고 노력하는 게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지난 1975년 삼성물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삼성전자·삼성생명을 거쳐 2001년 삼성증권 사장에 올랐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2008년에는 KB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2015년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된 뒤 초대형 IB 인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증권사 현안을 추진해왔다.
황 회장의 불출마 선언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금융협회장 인사 관련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또 (그런 인사가)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넛지(nudge) 관치’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처럼 정해진 인사를 찍어 내려보내지는 않지만 ‘이런 사람은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슬쩍 제시해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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