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而不敎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윤기(尹愭·1741~1826)가 '잡기(雜記)'에서 "사랑하기만 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짐승으로 기르는 것이다( 愛而不敎, 獸畜之也)"라고 했다.
이어 '주자가례'에 실린 "어려서부터 제 자식 귀하고 아까운 줄만 알아 그저 오냐오냐하면, 아이는 좋고 나쁨을 구분 못 해 나쁜 짓을 하면서 그래도 되는 줄 안다.
이것이 성품을 이룬 뒤에는 화를 내며 못 하게 해도 막을 수가 없다.
결국 부모는 자식을 미워하고, 자식은 부모를 원망해, 잔인하고 패역함에 이르게 된다.
이는 부모가 깊은 식견과 먼 염려가 없어서 작은 싹이 자라남을 막지 못하고, 작은 사랑에 빠져 그의 악행을 길러주었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인용했다.
자식을 기이한 보물이라도 얻은 듯이 여겨 제멋대로 굴게 놓아둔다.
사람을 때리거나 남의 물건을 망가뜨리면 기개가 있다고 자랑하고,
패악스러운 말과 해괴한 행동을 해도 졸렬하지 않다고 칭찬한다.
남이 제 자식을 잘못 건드리면 갖은 욕설과 사나운 낯빛으로 대한다.
제 자식이 상스러운 욕설을 해도 크면 자연히 나아지겠지 하고 내버려둔다.
조금 자라 성질을 못 이겨 집안을 뒤집거나, 이웃에 해를 끼치면 그제서는 막지도 못하고 야단칠 수도 없다.
아이는 속으로 "누가 감히 나를 대항하랴" 하며, 마음에 들면 제가 먼저 차지해 무턱대고 빼앗고, 부형이 시키는 일은 동쪽으로 가려다가도 서쪽으로 간다.
교만 방자해져서 눈을 부라리며 멋대로 날뛴다. 마침내 부모를 속이고 미움을 품어, 도둑질까지 하기에 이른다.
어울리는 자는 부랑배요, 즐기는 것은 도박과 술자리다. 그제야 막으려 드니 번번이 충돌만 심해진다.
모른 체하자니 내 자식이요, 말을 하자니 제 얼굴에 침 뱉기라 숨겨 참고 지내다 보면 속이 다 썩어 문드러진다.
윤기는 이렇게 글을 맺었다. "이는 모두 지난날 사랑하기만 하고 가르치지 않아 짐승으로 기른 탓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 그러해서 일찍이 이 같은 투식을 벗어난 자가 없다.
인재가 일어나지 않고, 세상의 도리가 날로 무너지는 것을 또 어이 괴이타 하랴!(
此皆前日愛而不敎, 獸畜之過也. 然而人人皆然. 曾無免得此套者. 人材之不興, 世道之日壞, 又何足怪乎)"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