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스님들 사이에
방하착이란 예화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 스님이 탁발을 하러 길을 떠났는데,
산세가 험한 가파른 절벽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때 갑자기 절벽 아래서
'사람 살려!' 라는 절박한 소리가 실낱같이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오는 절벽 밑을 내려다보니
어떤 사람이 실족을 했는지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다행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오?' 라고
스님이 물어보니 다급한 대답이 들려왔다.
'사실은 나는 앞을 못보는 봉사 올시다.
산 넘어 마을로 양식을 얻으러 가던 중
발을 헛딛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는데 다행히
이렇게,
나뭇가지를 붙잡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있으니
뉘신지 모르오나 어서 속히 나좀 구해주시오~
이제
힘이 빠져서 곧 죽을 지경이오!' 하는 것이었다.
스님이 자세히 아래를 살펴보니
그 장님이 붙잡고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는
땅 바닥에서
겨우 사람 키 하나 정도 위에 있었다.
뛰어 내려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위치였던 것이다.
그래서
스님이 장님에게 외쳤다.
'지금 잡고있는 나뭇가지를 그냥 놓아 버리시오.
그러면
더 이상 힘 안들이고 편안해 질 수 있소!'
그러자,
절벽 밑에서 봉사가 애처롭게 애원했다.
'내가 지금 이 나뭇가지를 놓아버리면
천길 만길 낭떠리지로 떨어져 즉사할 것인데,
앞못보는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어
제발 나좀 살려주시오~' 라고 애걸복걸 했다.
그러나,
스님은 봉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으면
당장 그 손을 놓으라고 계속 소리쳤다.
그런 와중에
힘이 빠진 봉사가 손을 놓치자
땅밑으로 툭 떨어지며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몸을 가다듬은 장님은
졸지간에
벌어졌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파악하고
멋적어 하며
인사치례도 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