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照片兒)

매화마을

含閒 2015. 3. 17. 12:01

 

 

 

 

 

 

매 화 송    조지훈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취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더라

 

설중매

 

      노 천명

 

송이 송이 흰빛 눈과 새워

소복한 여인 모양 고귀하이

어둠 속에도 향기로 드러나

아름다운 열 꽃을 제치는구나

 

그윽한 향 품고

제철 꽃밭 마다하며

눈 속에 만발함은

어늬 아낙네의 매운 넋이냐

 

 

 

 

박제가(朴齊家)의 매화월영(梅花月盈)

窓下數枝梅(창하수지매)

창 아래엔 매화나무 여러 가지 뻗어 있고

 

窓前一輪月(창전일윤월)

창 앞에는 둥근 달이 둥실 떠 있네.

 

淸光入空査(청광입공사)

맑은 달 빛이 빈 사립문에 흘러드니

 

似續殘花發(사속잔화발)

남은 꽃이 계속해서 피어나는 듯 하네.

                                    

 

 

賦得堂前紅梅

                     茶山 丁若鏞


窈窕竹裏館 窓前一樹梅    요조죽리관 창전일수매

亭亭耐霜雪 淡淡出塵埃    정정내상설 담담출진애

歲去如無意 春來好自開    세거무여의 춘래호자개

暗香眞絶俗 非獨愛紅顋    암향진절속 비독애홍시


  

   부득당전 홍매


깊고 그윽한 대숲 속 서옥 한 채

창 앞에 핀 매화 한 그루

늙어도 꾸정꾸정 서리 눈 견디고서

맑고도 깨끗한 모습 세상 먼지 벗어났네

한 해 다 흘러가도 아무 뜻 없더니

봄이 오니 스스로 꽃을 활짝 피우네

보이지 않는 향기 진실로 그윽하니

매화 붉은 꽃잎만 사랑스러운 게 아닐세

 

 

두향은 퇴계를 풍기로 떠나보내고 강선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가야금소리에 도수매(倒垂梅) 시를 보낸다.

 

도수매(倒垂梅)

 

一花纔背尙堪猜(일화재배상감시)          - 한 송이 꽃 약간 뒤돌아 피어도 오히려 의심스럽거늘

胡奈垂垂盡倒開(호내수수진도개)          - 어찌하여 모두 거꾸로 드리워져 피었는고

賴是我從花下看(뢰시아종화하간)          - 그 까닭을 알고자 꽃 아래에서 살펴보니

昴頭一一見心來(묘두일일견심래)          - 머리 쳐든 한송이 한송이 꽃심이 보이네

 

두향과 이별한지 4년이 되는 어느 봄날에 퇴계의 나이 52세되던 해에 인편에 시 한 수를

두향에게 보낸다.

 

黃卷中間對聖賢(황군중간대성현)-누렇게 바랜 옛 책 속에서 성현을 대하며,

虛明一室坐超然(허명일실좌초연)-비어 있는 방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매창우견춘속식)-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을 다시 보니

莫向瑤琴嘆絶絃(막햑요금탄절현)-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 한탄을 말라.

 

(퇴계가 쓴 시인가? 두향이 쓴 시인가?)

 

 

 

 

 

 

섬진강 6      백우선 

 

수수끝을 날으는

잠자리와

하냥 설레는 버들잎과

꿀꺽꿀꺽

마시던 하늘

 

생쑥 연기 오르는

모깃불의 저녁

토방 아래 둘러앉은

흙냄새, 땀냄새

식구들의 팥죽 쑨 저녁상머리

 

형이랑 누나랑

멍석에 누워

삼베 홑이불로 여름밤을 덮고

이슬 몰래 쓸어 모으던 별싸라기

 


詠梅(영매) 매화를 노래함      鄭道傳(정도전, 1342~1398)

鏤玉製衣裳(루옥제의상)        옥을 깎아 옷을 지었고
啜氷養性靈(철빙양성령)        얼음 먹고 넋을 길렀다
年年帶霜雪(년년대상설)        해마다 눈과 서리 맞으며
不識韶光榮(불식소광영)        봄볕의 영화는 모른다

 

 

 

 

 < 이꽃잎들 >   김용택

 

천지간에 꽃 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 입니다.

생각지도 않는 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 감은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잡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 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梅窓素月(매창소월)       成三問

 

溫溫人似玉(온온인사옥하고)

靄靄花如雪(애애화여설이라)

相看兩不言(상간양불언하니)

照似靑天月(조사청천월이라)

 

온화한 사람은 마치 옥과 같고

몽실몽실 피는 꽃은 눈과 같구나

서로 마주보며 말이 없으니

푸른 하늘에 달만 비추는 구나

 

梅梢明月[매초명월] 李珥[이이]

       매화나무 가지의 밝은 달.

 

梅花本瑩然[매화본영연]: 매화는 본래 옥같이 밝은데

映月疑成水[영월의성수]: 달빛이 비추니 물인 듯 의심이 드오.

霜雪助素艶[상설조소염]: 서리와 눈의 도움에 더욱 요염하니

淸寒徹人髓[청한철인수]: 맑고 찬 기운이 골수에 스미는구나.

對此洗靈臺[대차세령대]: 이를 마주 대하여 마음을 씻으니

今宵無點滓[금소무점재]: 오늘 밤엔 한점 찌꺼기도 없구나.

 

 

 

 

 

 

 

매천 황현 < 절명시 > ; 경술국치를 부끄럽게 여겨 스스로 절명하다.   

 

새 짐승도 슬피울고 강산도 찡거리니

무궁화 우리 강산 허공에 빠졌구나

가을 등잔불에 읽던 책 덮어두고

천년 역사를 회고하니

어쩌다가 이 세상에 못난 선비가 되었던가.

 

絶命詩

 

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륜)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짖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날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雪水縣亂竹叢中見有古梅一樹[설수현난죽총중견유고매일수]  松江  鄭 澈

       설수현 대나무 숲에 고매[古梅] 한그루가 있음을 보며......

.

梅花一樹半無枝[매화일수반무지] : 가지가 반밖에 없는 매화나무 한그루

標格依然雪月時[표격의연설월시] : 눈속의 달빛에 높은 품격이 의연하구나.

休道託根非處所[휴도탁근비처소] : 제자리가 아닌곳에 뿌리를 의탁했다 하지말게

老兄心事此君知[노형심사차군지] : 노형[매화]의 마음속 일이야 이몸[대나무]이 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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