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의 아내들은 속절없이 추락하는 ‘왕년의 스타’를 측은해하고 있다. 일부는 그를 최고의 스타로 여겼던 것이 부끄럽다는 소회를 토로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최근 ‘청춘은 맨발이다’ 출판기념회를 가지면서 ‘사랑’에 대해 일갈했던 ‘백발의 노인’ 신성일이다.
그는 수십 년 전의 불륜을 자랑인양 거론하면서 “나는 마누라도 사랑했고 ‘그녀’도 사랑했다.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지금도 애인이 있다”고 외친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스타 출신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선 “마누라에 대한 사랑은 또 다른 이야기”라며 마치 사랑에 도가 튼 듯 얘기하고 있다. 불륜 상대 여인의 낙태에 대한 죄책감을 비치면서 덧붙인 얘기다. 또한 오래 전 작고한 애인 이야기이니 “남자로서 비겁하지 않다”는 말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런 그를 심히 안타깝게 여기면서 느낀 점은 그가 참으로 수치심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 과연 사랑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 가정의 남편이요 아버지였던 그가 저지른 것은 도덕심과 분별력이 결여된 불륜일 뿐이다. 그가 아내와 그 여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각자 온전하게 제 자리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는 “솔직하고 싶었다”고 항변한다. 그는 사리분별도 못하는 ‘치기’와 ‘솔직’을 혼동하고 있다.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사랑해 결혼한 자신의 아내는 물론 ‘최고로 사랑했다’는 죽은 애인의 처지는 아무렇게 되든 까발려도 상관없는 것으로 ‘솔직’을 이해하고 있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 진정성이 훼손될까 마음 저려 함부로 그 사랑을 욕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륜을 분칠하고 있다.
그에겐 그런 무책임한 ‘솔직’이 아니라 인생을 바르게 사는 정직함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변명할지 모른다. 출판사나 언론사가 쇼킹한 사건을 기자회견장에서 터뜨려야 한다며 부추겼다고. 그 역시 ‘한 건’을 해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금전적 이익도 챙기자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 땅의 아내들은 참을 수 없는 그의 가벼움과 비열함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신성일은 한때 추앙받는 ‘대단한 스타’였으며 지도자급 정관계 인사들과 숱한 교분으로 국회의원까지 지낸 ‘공인’이다. 그가 공인으로, 예전의 스타로 살고 싶다면 정중히 사과하라. 한평생을 동고동락해온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평생을 참회하라.
그리고 수십 년 함께 살아온 남편을 괜스레 의심의 얼굴로 흘깃거리게 된 이 땅의 아내들에게, 또 정직하게 살아 온 그들의 남편들에게 용서를 구하라. 한때 빛났던 신성일은 이제 수치심도 모르는 비루한 노인의 옷을 입고 있다.
고혜련(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