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산중문답(山中問答)

含閒 2011. 10. 17. 11:02

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唐, 李白)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 묻노니, 그대는 어이해 푸른 산에 사는가,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 웃을 뿐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 복사꽃 물에 떠서 아득히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라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오늘은 중국 당나라 이백의 산중문답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이백을 시선(詩仙)이라고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시에서 보이는 탈속적인 면 또한 그러한 명칭에 부합하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이 시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1행 [기]구에서  푸른 산은 세속을 벗어난 자연의 세계를 뜻합니다.  산중 생활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에   자신이 세속과 완전히 결별했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곧 세속을 벗어난 자신의  삶을 제시하는 배경제시의 구로 보면 될 것입니다. 

 

2행 [승]구에서는 세속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정한 자유와 평화로움을 나타냅니다.    곧  승구에서는 앞의 자문에 대한 자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  2행은 산중 생활에 대한 자문자답이라고나 할까요. 1930년대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는 위의 시 구절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왜 사냐건 / 웃지요.’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입니다.

 

3행 [전]구에서 桃花流水(도화유수)는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武陵桃源), 곧 선경(仙境)을 상징합니다. 이백이 일생을 통해서 그리던 진정한 자유와  평화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복숭아꽃은 동양의 전통적인 선경(仙境)인 무릉도원을 암시하 는 소재이니 이 구에서는 이상 세계의 전개로 시상의 확실한 전환이 보입니다.

 

4행 [결]구에서는 세속적 인간 세계를 초월한 이상 세계를 형상화하며 이미 신선이 된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 내면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곧 3, 4행은 탈속적 이상 세계에 대한 형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 시에서 인간세상을 살아가면서 선경을 꿈구었던 이백의 기상과 의지를 느껴보았습니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이 생각하기에 따라서 꽃자리가 되기도 하고 진자리가 되기도 하겠지요.  오늘 하루라도 이백이 꿈꾸었던 별천지와 같은 곳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 곳은 바로 님의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요!

 

 


 

 이백(李白, 701~762) 

 


 자는 태백(太白). 청련거사(靑蓮居士)라고도 한다. 두보(杜甫)와 함께 중국 최고의 고전시인으로 꼽힌다. 이백의 현존하는 1,000여 수의 작품은 제재나 시의 형태로 보아 중국 고전시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그의 시의 내용을 제재에 따라 자리매김할 경우 가장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여행·이별·음주·달빛·유선(遊仙) 등 소위 그의 세계관에서 유출되는 일련의 제재이다. 그것들은 소재로서 사용되는 경우, 주제로서 사용되는 경우, 혹은 어느 쪽이라고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 등 다양하면서도 공통된 감각과 발상으로 그의 시의 특색을 더욱 증폭시켜주었다.

 

 한편 시형(詩型)에 있어서도 이백의 작품은 흥미로운 특색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시형으로는 우선 절구(특히 7언절구)를 꼽을 수 있으며, 다음으로 악부(樂府) 계열의 고체시를 들 수 있다. 율시는 미숙한 편이었다. 이백과 두보는 이 점에서도 대조적이다. 두보가 가장 성과를 거둔 시형은 7언율시이며, 상대적으로 7언절구에서는 뒤떨어졌다. 이백은 왕창령(王昌齡:698~755경)과 함께 당대 7언절구의 최고봉으로 평가되고 있다. 후세에 그의 작품은 '신품'(神品)으로도 일컬어졌다.

                                   

 

                                         2011년 10월 15일  삼도헌 정태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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