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생각의 자유

含閒 2010. 12. 15. 11:27

  생각의 자유







사람들이 자존감을 내재화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나쁜 생각’을 했다는 기억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극단의 미움으로 누굴 죽이고 싶었다든가,
도움을 주는 한편으로 아까운 생각을 했다든가,
어렵게 이룬 누군가의 성취를 시샘했다든가 따위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쁜 생각입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라는 느낌 때문에
자학하거나 자기폄하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쁜 생각은 없습니다.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잣대는 그 생각을 행동에 옮겼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생각 속에서야 무얼 못하나요.
누군가를 수 십번 죽일 수도 있고 극단의 이기심으로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고 본능적 욕망에 표독을 떨 수도
있습니다.
얼핏 무질서하고 얼토당토않은 생각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나만 알 수 있고 나만 허용할 수 있는 자기만의
섬세한 과정이 담겨 있기 마련입니다.

나와 반대되는 사상과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도
그가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박해받는다면
그 사상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투쟁하겠다는
대의명분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자기 속에서 생각의 자유를 무한 허용하지 못할 이유는 뭔가요.
그럴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헌법의 제1장 1조는
자기 안에서 생각의 자유를 무한 허용하는 통큰 선언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