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여백

含閒 2010. 6. 30. 10:22

  여백




아파트 베란다를 터서 거실을 넓힌 이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비오는 날 창문을 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완충지대가 없어 비가 바로 들이치니까요.
고급승용차를 타는 이들도
비오는 날 창문을 열지 못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고급차의 품격이 떨어진다고 창문의 비를 막아주는
선바이저를 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살다보면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운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수면이란 낮 동안 입력된 정보들이 정리되고 저장되는,
인간의 두뇌에서 정보처리 과정의 마지막 순서가 진행되는
필수적인 시간입니다.
삶의 순환을 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이지요.
잠잘 시간을 아껴서 그 시간에 공부를 더하면
금방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지만
경험칙으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제는 다 알지 않나요^^

마음의 영역에서도 이런 순환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한옥의 광 같은 허드레 공간이 있어야
인간의 마음은 정상적으로 순환됩니다.
그런 때의 허드레 공간이란 가장 요긴한 공간의 또 다른 이름이겠지요.

100의 출력을 가진 오디오 기기를 70 정도로 해놓고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편안한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자기의 원래 목소리보다 나지막하게 말하던 어떤 남자가
섹시하게 매력적이었다는 어느 여인의 고백,
그래서 저는 백번 동감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