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경영(人生經營)

잊지 못할 주례사

含閒 2009. 12. 16. 16:02

잊지 못할 주례사

3년 전, 선배의 결혼식에 친구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배 집안의 엄청난 반대 때문에
결혼하기까지 많은 사연이 있었다고.

신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주례 선생님은 나의 대학 은사이자
선배의 은사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선생님의 머리는 불빛을 받아 잘 닦아놓은
자개장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 광, 즉 광(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해로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 머리가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선배는 신부에게 수화로 선생님의
주례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주례사를 마치셨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써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두 군자님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했다.

- 김에스더*옮김 -



진심이 진심으로 통하지 않는 것만큼
힘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진심眞心(참된 마음)이 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심이 느껴진다면, 진심으로 대해주세요

- 두 분, 행복하게 살고 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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