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在生活裏)

서로의 눈과 다리가 되어

含閒 2008. 8. 21. 09:25

남산편지에서 모셔 왔습니다.

서로의  눈과 다리가 되어

 

이혁진, 기진우 송승면 씨 등 세 명은 모두 장애인입니다. 이들은 장애인 온라인 창업스쿨 '나의 왼발'동기생입니다. 이들은 영등포구 문래동에 4평 남짓한 사무실을 공동으로 내고는 '온라인 거상(巨商)'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디지털카메라와 조명기구, 컴퓨터 3대를 놓고 여성 부츠 등 잡화를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시각 장애 6급인 송승면 씨는 말합니다. "저는 다리가 성해서 물건 받아오는 일을 전담하고 있어요." 이 말에 뒤질 새라 지제장애 1급인 이혁진 씨(44)는 말합니다. "저는 걷지는 못하지만 말을 잘하고 목소리도 좋대요. 고객 상담은 제 몫이죠."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3급 기진우(40) 씨는 "혼자 창업하기가 힘에 부쳐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힘을 모아 9월 말 사무실을 마련했다"며 "출퇴근할 수 있는 직장이 생겨 좋다"고 활짝 웃었습니다. 

 

휠체어에 의존하는 이혁진 씨가 인터넷 창업을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휠체어를 타도 평생직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건강관련 제품에 관심이 많아 '이케어(e-Care)'라는 건강 브랜드도 만들었습니다. "27세 때 다니던 공장에서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어요. 사무직으로 옮겼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퇴출대상 1호?라는 불안감에 시달렸지요." 

 

기진우 씨는 한때 직원 15명을 둔 어엿한 제조업체 사장이었습니다. 그러나 1993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다치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는 여성 잡화 브랜드 '지누시'를 만들고 부츠 등을 팔고 있습니다. 

 

송승면 씨는 오른쪽 눈이 나빠 시각장애 6급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아 동료들이 팔 물건을 받아오는 등 힘든 일을 도맡아 합니다. 

 

이들이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아닌 데다 장애를 이유로 물건을 대 주지 못하겠다는 제조업체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희망이 있으면 모진 일을 겪어도 견딜 수 있다"는 각오가 밑받침이 되어 눈물겨운 노력들이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이들의 사연을 전해들은 한 기업인이 사무실을 마련해 주었고 물건을 대 주겠다는 제조업체도 나타나 인터넷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이라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불편한 것만 따지고 이를 불평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세 사람처럼 힘을 모울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즈음과 같은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이들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부족한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비장애인들이 도와주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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