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곽말약
초승달이 낫 같아
산마루의 나무를 베는데
땅 위에 넘어져도 소리 나지 않고
곁가지가 길 위에 가로 걸리네
新月
新月如鎌刀, 斫上山頭樹.
倒地却無聲, 游枝亦橫路.
상상력은 초승달로 나무도 베게 한다
중국 현대시인 곽말약이 쓴 이 시에서는 초승달의 생김새가 낫과 같아서 산마루의 나무를 벤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그렇게 베어진 나무가 넘어져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니.곁가지가 길 위에 가로 걸린다는 표현은 또 얼마나 기발한가.
똑같은 사물이나 환경도 어떤 감각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발명도 마찬가지.일상 속의 세심한 관찰과 아이디어가 결합해서 나온다.
부부 발명가인 김성훈씨와 박란씨가 그런 경우다. 그들의 발명은 생활 속의 작은 불편을 없애려는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즐거운 고민'에서 나왔다. 제품으로 출시되지 않았지만 양 손에 물건을 들고 있을 때 냉장고 문을 열려고 낑낑대다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발로 여는 냉장고'였다.
명절이나 제사 때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준비하려면 가스레인지의 불을 다 켜야 한다. 한여름에는 더 곤혹스럽다. 에어컨을 켜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가스레인지 앞에 냉풍기를 설치하고 냉기막을 세우는 것이었다. 박씨는 이것으로 여성발명가협회 공모전에서 특허청장상을 받았다.
또 '어린이 승하차 보호기'를 만들어 세계여성발명대회 금상을 차지했다. 차에 간단하게 부착할 수 있는 승하차 보호기는 문이 열리면 차체에 부착된 경고판이 펼쳐져 옆에서 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막아준다.
이 모든 것이 아이 키우고,집에서 살림하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신선한 감각이란 우리 곁의 사소한 것들을 '발상의 전환'이라는 렌즈로 보는 것이다. 3M의 포스트잇이나 듀폰의 나일론,켈로그의 시리얼,HP의 잉크젯 프린터도 '상상력의 변곡점'에서 나온 걸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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