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승(高尔夫球冠軍)

박세리 명예의 전당 입성

含閒 2007. 6. 8. 19:43
 

IMF 사태로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을 당시 US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쳐올린 단 한 샷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줬던 박세리(30·CJ·사진)가 드디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다.

무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첫 우승컵을 안았던 맥도널드챔피언십. 8일(한국시간) 메릴랜드주 하브드그레이스의 불록골프장(파72·6596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 1라운드 스코어카드가 접수되는 순간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된다.

이미 2004년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포인트를 채운 박세리는 ‘현역으로 10시즌 활동’이라는 조건을 남겨 뒀었다. 박세리는 ‘연간 10개 대회를 치르면 한 시즌을 활동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에 따라 투어 10년째의 올 시즌 열 번째 출전 대회로 맥도널드를 선택했다.

박세리가 이 대회와 맺은 인연은 남다르다. 1998년 투어에 데뷔한 지 7개월밖에 안된 ‘루키’ 박세리가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무대가 바로 맥도널드다. 신인이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한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도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기록과 함께. 당시 박세리는 20살이었다.

이 ‘사건’은 골프 불모지로 여겨졌던 한국을 세계 골프계에 알렸고 이후 ‘코리안 낭자군’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박세리 개인에게도 ‘세리 팩’이라는 이름 석자를 아로새기며 세계적인 골프 스타로 성장하는 발판이었다. 이후 박세리는 두 번(2002, 2006년) 더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박세리가 1998년 7월7일 위스콘신주 쾰러의 블랙울프런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 제니 추아시리폰(태국)과의 연장전 18번홀에서 공이 연못 바로 옆 러프에 빠지자 신발과 양말을 벗고 들어가 멋진 샷을 날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박세리. 박세리의 미국생활 10년은 영광과 질곡의 연속이었다. 1998년 맥도널드챔피언십에 이어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연속 메이저 왕관을 차지하자 세계의 언론들은 ‘여자 타이거 우즈가 탄생했다’며 환호했다. 이 해 박세리는 4승을 거두며 신인상을 탔고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다.

1999년에도 4승을 거둔 박세리는 2000년에는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으나 2001년과 2002년 각각 5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고 2003년 3승, 그리고 2004년 미켈롭울트라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점수를 모두 채웠다.

그러나 이후 그녀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평생의 목표였던 ‘명예의 전당’ 입회가 확정되어서일까.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2년 동안 70대 후반∼80대 초반의 타수를 기록하며 컷오프되기 일쑤였고 팬들 사이에서는 “주말골퍼가 된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렸다. 하지만 박세리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재기에 성공했고, 올 시즌 아직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몇차례 ‘톱 10’에 진입하며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다.

박호근 기자



맥도널드챔피언십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이 대회에는 총상금 200만달러가 걸려 있다. 1955년 창설된 이 대회는 LPGA 투어에서 US여자오픈(1946년 창설)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창설 때부터 메이저대회로 자리 잡은 맥도널드에서 세 번 이상 우승한 선수는 불과 4명뿐이다. 4승을 올린 미키 라이트(1958, 1960, 1961, 1963년)가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고 그 뒤에 박세리와 캐시 위트워스, 아니카 소렌스탐(이상 3승)이 있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면서 아마추어에게도 문호가 개방된 US여자오픈과 달리 이 대회는 LPGA가 소속 선수들끼리 ‘최고’를 가리는 대회로 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