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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에 깃든 석당(石堂) 최남주의 향기따라 <42>

含閒 2025. 1. 24. 10:32

 

서라벌에 깃든 석당(石堂) 최남주의 향기따라 <42>
영국 아시아학회 회원들, 매년 답사뒤 해외에 경주 알려
편집부 기자 / 2025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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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 최 정 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연구가
그동안 서라벌신문지면을 통해 석당 최남주의 잊혀진 업적과 일대기를 연재한지도 어언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역사의 푸른 이끼 속에 묻혀있던 석당에 대한 귀중한 자료들이 공개되면서 많은 독자들과 이 방면을 연구하는 후학들로부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석당 최남주 업적 재조명
마침 필자의 가형 최정대(코리아타임즈 영문컬럼리스트)는 서라벌신문에 연재된 자료를 바탕으로 2024년 12월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한국학회지에 영문으로 고고학문화재 발굴보존의 선구자 최남주란 제목으로 장문의 논문을 발표하여 해외 한국학연구기관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교 아시아학과 도널드베이커 한국학석좌 교수는 다음 학기 한국사 강의자료로 활용할 계획이고, 호주 퀸즈랜드대학교 한국학연구원 원장인 정재훈 교수는 E-도서관에 비치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이밖에 미국 및 유럽의 유수대학교 한국학 연구원등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왕립아시아학회(RAS)는 1824년 동양의 문학과 예술, 그리고 과학에 대한 조사 및 장려를 위해 설립된 영국최고의 학술단체로서 국왕 조지4세가 공식후원자였다.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는 1900년에 설립된 세계최초의 한국학 연구기관으로 한반도의 역사, 문화 종교, 민속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학연구발전에 크게 공헌한 영어학술단체이다.
 
 
 
1957년 9월 경주 불국사를 방문한 주한 영국대사 휴버트 존 에반스 일행. 오른쪽 두번째 석당 최남주, 세번째 에반스 대사, 왼쪽 두번째 에반스 대사 딸, 세번째 에반스 대사 부인.
 

휴버트 존 에반스 불국사 방문
휴버트 존 에반스 대사는 1957년 6월 28일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주한영국 특명 전권대사 신임장을 받고 서울에 부임하여 이승만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였다. 에반스 대사는 정통 직업외교관으로 한국의 역사적 전통과 고대문화예술에 깊은 이해를 가진 외교관이었다. 그는 19세기 말 영국출신 동양학자이자 외교관으로 일본과 중국공사를 역임한 어니스트 매이슨 사토우(1843~1929) 경을 매우 존경하였다. 
 
사토우경은 한국의 고대역사, 문화, 지리, 관습등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언어를 공부하였다. 그의 일기에 의하면 1877~1878년에 걸쳐 조선왕국을 방문하여 각지를 답사한후 여러편의 논문을 영국 왕립아시아학회지를 통해 게재하였다.
 
주요 논문은 1882년 ‘코리아 인쇄술과 일본의 서적’이란 제목으로 한국의 인쇄술이 서양의 구텐베르크 인쇄술보다 100년 앞섰다는 것을 문헌고증을 통해 서양학계에 최초로 알렸고, 1888년 경주가 포함된 조선의 지명을 연구한 ‘조선지명총람’을 영어로 출판하였다. 
 
이어 그가 발표한 ‘사쓰마의 한국도공’ 논문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사쓰마 지방으로 피랍 된 조선 도공들의 후예가 수세기 동안 일본도자기 문화발전에 기여한 사실을 실증적 문헌연구를 통해 밝혔다.
 
사토우 경은 당시 청(중국), 일본, 한국을 이해한 최고의 외교관인 동시에 영국 최초 동북아시아 전문학자였다. 에머슨 대사는 이러한 사토우 경의 한국 역사문화 사랑 정신을 이어받아서 1957년 9월 25일 경주를 방문하였다. 이때 석당 최남주로부터 찬란했던 신라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들었고 신라불교예술의 꽃인 석굴암과 불국사도 함께 답사하였다. 
 
특히 불국사 다보탑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였다. 석당 최남주의 회고에 의하면 햇살이 비치는 다보탑의 영롱한 모습에 동행한 부인과 딸에게 함께 합장을 권유하였다고 한다.
 
 
 
1960년 경주 포석정을 답사한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회원들에게 신라문화유산을 강의하는 석당 최남주(중앙), 왼쪽 두번째는 귀화 1호 미국인 민병갈(Carl Ferris Miller).
 

경주를 국제적으로 알리다
에머슨 대사는 경주에서 신라문화유산에 감동을 받고 돌아갈 때 석당에게 한가지 약속을 한다. 자신이 서울로 돌아가면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를 적극 후원하여 회원들이 1년에 한번씩 경주답사를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에반스 대사의 약속대로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 회원들이 1958년 봄부터 경주를 답사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회원 구성원들을 보면 주한외교사절, 주한UN사령부 장교, 학자, 기업인들로 서울에 상주하는 외국인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한 인물이 바로 천리포 수목원을 가꾼 귀화 1호 미국인 민병갈(Carl Ferris Miller 1921~2002)이었다. 
 
석당은 매년 경주로 답사오는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회원들에게 신라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강의를 하였다.
 
이들이 경주를 처음 답사 온 지가 70여 성상(星霜)이 흘렀다. 당시만해도 오늘날처럼 다양한 영어매체가 없었다. 경주를 답사여행한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회원들은 영어로된 각종 논문과 에세이 및 사진 가이드북 출판으로 1970년대 말까지 신라문화유산과 고도 경주를 해외에 알리는데 헌신적인 노력을 하였다. 오늘 APEC을 준비하는 경주시민들은 이들이 경주에 보내준 무한한 애정을 한번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