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생으로 현재 105세인 김형석교수는 현재도 신문에 칼럼을 쓰고, 올해도 '100년의 지혜'라는 책을 펴냈다.
나는 올해 칠순생일을 얼마전 지냈는데 뭔가 깜빡 잊어먹는 경우가 생긴다.
언론인 생활을 오래하며 인간의 나이(age)와 특징을 관찰하면 가장 일반적인게 80세가 넘으면 귀가 잘 안들려 말이 안통하는 경우를 가장많이 본다.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하버드대 교수 막스 카우도르프가 쓴 이책을 읽어보면 80대이후 인간이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 정말로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잘 안들리면 바로 치매가 찾아온다.
얼마전 이명박전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전국회의장이 89세로 별세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여왕은 불과 사흘전에 새로부임한 총리의 인사를 받은지 사흘만에 타계한게 98세였다. 우리나라 기업인 가운데 신격호회장이 99세까지 살았을뿐 100세를 넘긴 인물은 없다.
100세가 넘으면 두뇌라는 인간컴퓨터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70살인 나도 단어가 생각 안나서 멈칫하는데 100세가 넘으면 어떻게 될 것이며 독서는 가능한지, 기억력은 어떠한지, 밥맛은 좋은지. 친구들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려서 너무 외로와서 삶의 의욕이 꺾이진 않은지. 그래서 행복감이 바닥이 아닌지....등등이 나는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김형석교수와 갑자기 만나서 대화를 하고 싶어졌다.
얼마전 아침에 시청앞 달개비라는 식당에서 아침행사가 있어서 들른차에 마침 김교수가 100년의 지혜 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하는 장면을 봤다. 나도 그방에 들어가서 5분 가량 그의 스피치를 들었다.
여느 교수의 강의처럼 청산유수로 막힘없이 책을 발간한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암튼 따로 그와 대화를 하고 싶어 연락해보니 여비서의 답은 대번에 "no"였다.
그래서 하나의 꾀를 내서 매경 mbn방송출연을 요청하였더니 응해서 마침내 방송전 30여분간 대화를 할 기회를 가졌다. 나도 2025년엔 은퇴할 시기가 기다리는데 대충 여행하고 친구들과 골프치고 산행하고 그렇게 노후를 보내면 되는거 아닌가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김교수와 대화하면서 생각을 고쳐먹여야함을 굳게 깨달았다.
김교수님도 약간 가는 귀가 먹을 정도였지만 그만하면 대화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그의 눈과 이(齒牙)를 유심히 살폈다. 잘 보이는지, 음식은 잘 드는지를 수행한 여비서에게 물어봤다.
시력은 지금도 신문 3개를 하루에 충분히 정독하고 책도 읽는다고 했는데 그것은 김교수가 요즘도 신문에 쓴 기고내용을 보면 세상돌아가는 것을 훤히 아는데서 확인할수 있다.
나는 105세 인간의 머리컴퓨터가 돌아가는 상황, 현세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거의 기억력은 어느정도인지가 궁금하여 그의 칼럼을 빼놓지않고 읽는다. 그의 글을 보면 놀라운 기억력에다, 그리고 매일 벌어지는 정치경제사회적 현상을 한치 오차 없이 파악하고 있다.
치아상태도 좋아 보였는데 음식을 잘 드신다고 비서는 말했다.
눈이 반짝반짝하고 치아가 좋아 음식도 잘섭취하고 대화도 다 듣고, 규칙적인 운동(수영 걷기)도 한다니 나는 김교수가 앞으로도 10년이상 생존한다는데 내기를 걸겠다.(참고로 한국의 최고 생존기록은 최애기 106세, 백경순 114세라는 說이 있지만 확인은 안된다)
이제 김교수가 들려준 100세 인생강의의 대강을 기술하겠다.
인생은 3단계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30세까지는 성장하고 학업을 하는 기간이다. 30~60(65)세는 사회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시간이다.
60세 정년후의 삶이다. 학업과 직장생활의 삶이 강(江)에서 사는 거라면, 은퇴후에는 넒은 바다로 나아가는 삶이다. 더 자유롭게 폭넓게 살아가야 한다. 65세이후가 더 보람찬 인생이어야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에게 손해다.
60~70세 이후가 되면 "일이 끝났다"인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목표를 정해서 일을 하고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안 늙는다. 지금 100살이 넘어서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할일이 있기때문에다. 전에는 10년단위로 계획했는데 이젠 1년단위로 설계한다. 1년단위로 하기로 한 것은 너무 힘든 설계로 외롭고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기 위해서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젊어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했다면 은퇴후에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일을 해야한다.
돈버는게 목적이 아니라 남에게 "도와줄게, 뭘해줄까" 주기 위해 일한다. 많은 제자들에게 더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데 삶의 목표를 두라고 하는데 우리국민 60%가 내생각대로 한다면 가난한 사람. 불행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부분은 동년배들은 모두 죽고 없는데 남을 위해 살아야 사람들이 환영해주고 그래서 소외감을 안느끼고 어울림으로 행복감을 찾을수 있는것 아닌가고 짐작해봤다)
요즘 주변을 보면 좋은집, 고급차 명품에 모든 걸 거는 사람들이 널려있는데,
물질적 가치에 삶의 목표를 두는 사람은 인생을 3분의1 밖에 못사는 것이다.
똑같은 일을 해도 나를 위한 일은 허망하고 나의 고생을 통해 타인에게 행복을 주었나? 그게 중요하다.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명화를 그렸지만 후손들에게 행복을 주는 화가는 시스틴 천장벽화로 관광객을 끌어들여 후손들에게 큰돈을 벌어자는 미켈란젤로다.
물질 정신 사랑가운데 인간애가 최고다. 내가족에겐 정신은 상류층. 경제는 중산층으로 살아라고 했다.
사업이 성공해서 아무리 큰 부자가 돼도 중산층으로 살라는 것은 명품 좋아하는 사치를 금하라는 뜻이다.
우리집엔 가훈이 없다. 인간은 성장하고 변하는 것인데 좌우명을 두면 더 새로와 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 10권이 있다면 고등학교 시절 5권을 읽으라고 권한다. 한국사회는 이게 안된다.
인간은 독서를 통해 얼마든지 성장할수 있다. 제가 제일 잘난줄 아는체 하는 인간이 가장 어리석다.
내가 97세에 쓴 책(100년을 살아보니)이 대한민국 책10위 안에 들었다니 보람을 느낀다.(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탄 작품보다 많이 읽힐게 틀림없다)
올해 펴낸 '100년의 지혜'도 나이든 사람들 보다 30대가 가장 많이 읽는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평생 일기를 써왔고 지금도 일기를 쓴다.(일기를 쓰면 자신이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내일 한달후 1년후 무슨 일을 할지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나는 식사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 혼자 밥먹어선 안된다,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썩하게 밥먹기를 꼭하라.
김형석교수는 105세 인생에서 65~75세 기간을 인생의 황금기라 하여 대중들이 그말을 인용하곤 하는데, 보통사람들에겐 그 시간은 결코 황금기가 아니다.
나는 김교수님과의 대화에서 은퇴후 인생을 대충 살아서는 안된다는 황금률을 배웠다.
첫째, 목표를 갖고 일을 계속하라. 무슨 일인지는 본인이 설계할 일이다.
나는 김형석교수가 지금도 초롱초롱한 기억력과 에너지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은 <일기쓰기>라고 생각한다.
독서도 그 연장선이다.
둘째, 은퇴후에는 남을 위해 살아라. 물질의 가치를 하위에 두라
셋째, 규칙적으로 살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라.(no 혼밥), 김교수는 가정부가 식사차려놨다고 하면 "아직 10분 남았다"고 말한다고 한다.
김교수는 인생에 대한 여담도 몇가지 더 했다.
1920년생인 그는 고등학교 때 시인 윤동주(1917년생)과 한 반이었다 하고, 외할머니가 김일성의 어머니인 강반석과 한동네에 살았는데 김일성이 애기일때 강반석의 젖이 안나와서 외할머니가 젖을 준 덕분에 생존할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 젖꼮지로 코를 막았어야 했다면서. 외할머니의 두아들 영수, 영국은 반공운동으로 처형됐다.
윤동주는 1917년생이면 박정희대통령과 동갑내기이고 김일성은 1912년생이었는데 김형석교수는 김일성이 소련군이 북한지도자로 데려와 연설하고 다니는 광경을 평양에서 봤다고 한다.
나는 김형석교수와 대화에서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화가들의 이름을 말하면서 "거 누구더라..."라며 머뭇거리지 않는게 가장 신통했다. 그보다 35세나 영보이인 나도 두가지 말하면 한가지는 생각나지 않는데...
김교수님의 키는 1m55cm쯤으로 보였는데 전혀 허리가 굽지도 않았다.
그분은 아직도 TV, 유튜브에 출현해 수많은 얘기 보따라를 풀어놓고 계신다. 나는 직접 나눈 대화 몇가지 만을
소개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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