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승(高尔夫球冠軍)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4R 고진영 우승, 여왕이 돌아왔다

含閒 2023. 3. 5. 20:33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4R 고진영 우승, 여왕이 돌아왔다

 

  • 김상현
  • 승인 2023.03.05 18:16

 

‘여왕’ 고진영이 돌아왔다. 5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에서 고진영은 오랜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대회 2연패를 기록하였고, 대한민국의 18개 LPGA 대회 연속 무승 기록도 깼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2타 차 단독 선두로 게임을 시작한 고진영은 1번 홀과 5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준수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2위인 넬리 코다(미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코다는 3번 홀에서 5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고진영과의 타수를 1타 차로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코다는 보기 2개를 기록하며 주저한 사이, 고진영이 8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다시 타수를 2타 차로 벌렸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대니얼 강(미국)이 고진영의 1타 차까지 추격해 온 것이다. 하지만 고진영은 13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다시 한 번 기선을 제압했다. 결국, 고진영은 다시 한 번 3타까지 타수를 벌리며 선두 자리를 굳혔다. 이후 고진영은 남은 3개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하였고, 마침내 우승을 확정지었다. 18번 홀에서 우승을 앞두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고, 우승 퍼트를 넣은 후에는 자신의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미국)와 포옹하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다.

 

고진영에게는 그야말로 ‘인생 우승’ 중 하나였을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고진영은 위기를 겪었다. 고질적인 손목 부상, 그리고 무리한 일정 소화로 경기력이 크게 저하되었고, 그만큼 성적도 떨어졌다. 시즌 중 두 달간 휴식기를 가져야 했고, 6개 대회에서 컷 탈락만 3번에 기권까지 한 번 하는 등 큰 부진에 빠졌다. 세계 랭킹도 5위까지 떨어졌다.

 

 

2022년 하반기 내내 부진했던 고진영은 절치부심하고 여왕의 부활을 준비했다. 특히 예전의 폼을 되찾는 데 전념했다. 고진영 본인도 언론 인터뷰에서 “몸이 많이 약해졌고 힘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스윙이 잘 잡혀 있지 않았다” 라고 밝힐 만큼 본인의 현재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했고, 이를 고치는 데 전념했다. 3개월 동안 재활에 전력을 기울였다. 본인의 전성기를 함께 한 재결합하여 동계훈련을 시작했다. 11월 말에 시즌을 마치고 12월부터 훈련에 돌입할 만큼 예년보다 더욱 힘을 기울였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고진영이 2023시즌 첫 대회로 선택한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부터 고진영은 여왕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았다. 1라운드부터 4언더파에 그린 적중률 77.8%를 기록하는 등 준수한 경기력과 성적을 보여주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8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6위까지 뛰어올랐다.

 

 

혼다 LPGA 타일랜드가 고진영 부활의 신호탄이었다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은 부활 무대였다. 디펜딩 챔피언 고진영의 활약도 돋보였다. 1라운드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2라운드에서 공동 36위로 출발하여 공동 8위까지 약진하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고, 3라운드에서는 공동 8위로 경기를 시작하여 1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1위를 끝까지 수성하며 여왕의 부활을 선포했다.

 

우승 후 고진영은 “아무도 못한 대회 2연패의 주인공이 됐다니 영광이다. 넬리 코다는 힘든 상대지만 내가 해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결과를 이뤄 정말 행복하다” 그동안 겪은 고생들을 떠올리면서, 고생 끝의 기쁨을 만끽했다.

 

 

고진영에 이어 마지막 라운드 2위를 기록한 건 넬리 코다(미국), 공동 3위에는 후루에 아야카(일본)와 대니얼 강, 앨리슨 코퍼즈(미국)이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효주가 공동 8위로 고진영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공동 11위 지은희, 공동 14위 김아림, 공동 20위 최혜진과 안나린이 뒤를 이었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이 한국 선수들에게 ‘약속의 땅’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2015년부터 박인비, 장하나, 박인비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2019년부터는 박성현, 김효주, 그리고 작년과 올해 고진영이 우승을 차지하며 최근 8년간 7승, 2009년 우승한 신지애부터 치면 15번 중 8번이나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게 이를 증명한다.

 

 

한편, 이번 대회는 유독 악천후가 발목을 잡았다. 개막 전부터 많은 비가 내려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왔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특히 2, 3라운드에서 차질이 컸다. 2라운드에서는 비 때문에 경기 시작도 예정보다 1시간 15분가량 늦었다. 도중에 경기가 다시 한 번 중단되어 3시간 25분이 지난 뒤에야 경기가 재개되었다. 3라운드에서도 오전 11시 31분경 경기가 중단되었다가 오후 1시 40분에 경기가 재개되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도 고진영이 16번 홀에 섰을 때 비가 내려 경기가 한 시간 가까이 중단되기도 했다.

 

여왕 고진영이 돌아왔다. 성적은 물론, 경기력에서도 전성기 못지않은 면모를 보여주며 작년과 다른 한 해가 될 것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또한, 작년 6월 전인지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이어진 대한민국의 18개 LPGA 대회 연속 무승 기록도 깨졌다. 모처럼 기분 좋은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대회는 3월 23일 LPGA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이다. 이 대회부터는 36홀(2라운드)이 종료된 이후 65위와 동점자까지만 컷 통과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도 바뀐다. 이제 LPGA 경기가 더욱 스피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 선수의 선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