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스크랩] 강능 기생 홍장이야기

含閒 2012. 12. 31. 16:11

 

 

기생 홍장(紅粧) 이야기

홍장

기생 홍장(紅粧) 이야기

홍장(紅粧)은 강릉기생이다.

2백여명 기생 가운데 가장 출중한 미모를 지닌

여인이었다.

서거정(徐居正)의

동인시화(東人詩話)에 이런 글이 있다.

고려 우왕시절

강원감사 박신(朴信)이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경포대 한송정에서 송별연이 열렸다.

강릉부사 조운걸(趙云杚)이

박신에게 술잔을 권하면서 그동안 그가

좋아했던 기생 홍장이 이별을

아쉬워하다 갑자기 죽었다고 말한다.

이 말에 술잔을 받아든

박신의 얼굴이 금새 어두워지면서 한참동안 술잔만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趙부사는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기생들에게 권주가를

부르라고 명한다.

그래도

박신의 얼굴은 펴지지 않는다.

기생들이

곁에서 술잔을 권해도 박신은

막무가내였다.

 

 


조부사가 물었다.

“ 감사영감은 무얼 그리 보고 계시오”

“아, 아니오 술잔에 비친 달을 보고 있소이다”

박신이 엉겁결에 둘러댔다.

곁에 있던 기생

선옥(仙玉)이 토를 단다.

“감사님, 이 한송정에서는

동시에 달을 다섯 개 볼 수 있답니다.”

“아니 달이 하나지 어찌 다섯이나 되느냐.

” 그러자 선옥은 “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한송정에

오르면 달이 다섯인데요.

하나는 하늘에 떠있는 달 또 하나는 경포호에 비친달,

다른 하나는 지금 감사님이 보고 계신 술잔에 뜬달,

또 다른 하나는 앞에 있는

제눈속에 비친 달,

마지막

하나는 감사님이 맞춰보세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신은

“네 재치가 대단하구나, 그런데 그 답을 모르겠다” 하자,

선옥은 “ 감사님 마음에 떠있는 달입니다.”

바로 홍장을 지명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박장대소(拍掌大笑)했다.

박신은

속내를 들킨 것처럼 황급히 손을

휘저었다.

경포호에 뜬 다 섯개의 달


바로 그때 경포 호수위에

작은 배한척이 소리없이 나타났다.

배 위에는

한 미인이 거문고를 뜯고 있었다.

박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과

이별을 서러워하며 목숨을 끊었다던

바로 그녀였다.

박신은 만사를 제쳐두고

홍장과 며칠간 강릉에 더 머물면서 정염의 불길을 태운다.

떠난 박신을 두고 홍장이 노래한다.

울며 잡은
소매 떨치고 가지마소
초원(草原) 장제(長堤)에 해 다 저물었네
객창(客窓)에 잔등(殘燈) 돋우고

세워보면 알리라


울며 불며 가지말라고 붙잡은

소매자락 뿌리치며 가지 마시오.

풀빛 푸른 긴 제방에도 이미 해는 다 저물었소.
주무시는 여관방에서 꺼져가는 등불 심지를
돋우고 밤을 세워보시면

당신을 향한 내 맘을 알게 되실 것이요.



홍장은 애가 탔다.

한번 떠난 박신은 기별이 없고 그렇다고 직접

나서 찾을 형편도 아니다.

홍장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흥얼거린다.

기생과 양갓집 규수사이를 묻노니 다를게 뭐 있소

송죽같은 굳은 절개로 두마음 안먹고자 맹세한다오


그녀는 잠을 이룰수 없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님을 생각하며 홍장은

박신을 그리고 또 그리워한다.

1년 후 박신이

순찰사가 돼 강릉에 들러

홍장의 굳은 절개를 보고 그녀를 한양으로

데려가 부실을 삼았다.

정절은

신분에 얽매이지 않는다던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자신을 지키는 심성,

이것이 우리 여인네의 길이었다.

 
주 현미 - 홍도야 울리마라

 

출처 : 演好마을
글쓴이 : 설봉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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