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일미(魚頭一味) 이야기
‘마누라 쫓아내고 먹는’ 도미 머리 맛 유명..
‘어두일미’ 어원으로
어두일미(魚頭一味)란 말이 있다.
생선은 대가리가 가장 맛있다는 뜻이다.
생선 중에서도 도미의 머리 부위가 특별히 맛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조선 정조 때 사신으로 청나라에 갔던 실학자 유득공이
현지의 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도미가 화제에 올랐다.
청나라 선비가 “이곳에서는 대두어(大頭魚)라고 부르는데
조선에서는 무엇이라고 하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유득공이 “우리는 독미어(禿尾魚)라고 하는데
흔히들 이 생선은 머리가 제일 맛있다고 하지만 진짜 묘한
맛은 바로 두 눈알에 있다”고 대답한다.
유득공은 도미 눈에서 오묘한 맛을 찾았지만 일반적으로는
도미 머리가 맛있다는 이야기인데 ‘증보산림경제’에도
도미의 감칠맛은 머리에 있다고 했고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도미는 기름진 맛이 특징이지만 특히 머리가 맛있다고 적혀
있으니 ‘어두일미’라는 말이 바로 도미에서 비롯된 속담인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도대체 도미 머리가 얼마나 맛있기에 어두일미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일까.
1924년에 발행된 조리 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도미 머리와 아욱국은 마누라 쫓아내고 먹는다’ 고
한 것에서 그 맛을 짐작할 수 있겠다.
가을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고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오니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고 하지만
가을 아욱국과 봄철의 도미 머리는 아예 조강지처를 밖으로
내몰고 먹는 생선이었으니 도미 머리가 전어구이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도미 머리는 전문점이나
일식집에서 찜이나 조림, 구이 등으로 별도로 요리를 한다.
사실 도미는 머리뿐만 아니라 생선 자체가 고급 어종이다.
귀한 생선으로 대접받아 예전부터 제사상이나 환갑잔치 등에
빠뜨리지 않고 올리는 물고기였는데 여기엔 상징적
이유도 있다.
조선 후기 서유구는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도미를 독미어(禿尾魚)라고 표기했는데 꼬리가 짧고
갈라지지 않은 것이 머리털을 잘라서 민둥민둥한 것
같아 생긴 이름이라고 했다.
그리고 도미는 꼬리가 검은 것과 붉은 것,
두 종류가 있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도미의 붉은
꼬리에서 상징적 의미를 찾았다.
일본에서는 특히 도미를 생선의 제왕이라고 하는데 도미의
붉은색이 경사스러운 것을 상징해 축하 자리에 도미 요리를
올린다. 중국도 도미를 가길어(加吉魚)라고 부르는데 길한
것이 더해지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맛있는 도미를 먹으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일본에서는 우리의 붕어빵 같은 물고기 모양의
빵을 도미빵, 즉 다이야키라고 부른다.
다이는 도미, 야키는 굽다는 뜻이니 문자 그대로 도미구이다.
일본에서 도미는 좋은 일이 생기는 길조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예전 일본 서민들에게 도미는 평소 먹지 못하는 고급 생선이었다.
생선은 썩어도 도미란 말이 있다
이 때문에 물고기 모양의 빵에 이왕이면 최고급 생선인
도미의 이름을 붙였고 평소 도미를 먹지 못하던 일본 서민들은
도미 대신 도미 빵을 먹으며 행복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