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왕따 없는 곳에서 편히 쉬소서
영가의 부모님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어린 학생의 죽음에 대해 전교조의 입장을 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9개월 괴롭힘에”… 4쪽 유서 남긴 中2 소년의 절규
- 동아일보
- 입력 2011.12.23 03:21
- [동아일보]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내실 때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다는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 한 번도 안한 제가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부모님께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 전했지만 지금 전할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20일 오전 8시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7층 거실. 중학교 2학년 A 군(14)은 A4용지 4장에 이런 내용을 담은 유서를 적어 어머니가 핸드백을 놓아두는 곳에 둔 채 베란다로 향했다. 베란다 문을 연 A 군은 아파트 화단을 향해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A 군은 몸을 던지기 전 거실을 깨끗이 치워놓았다.
○ 피지도 못한 채 짓밟힌 14년
A 군이 남긴 유서에는 9개월 동안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고통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유서에 따르면 A 군의 고통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2학년이 되면서 처음 알게 된 같은 반 B 군과 C 군이 인터넷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아이템을 키우라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잘하지 않던 인터넷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날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들의 숙제도 A 군이 다해야 했다. 순진했던 A 군은 이들의 괴롭힘을 그냥 참아냈다.
2학기가 되면서 괴롭힘은 더 세졌다. 아이템을 키우라며 공부도 못하게 책도, 문제집도 빼앗아갔다. 때리는 날도 많아졌다. 날마다 집에 와서 때렸다. 피아노 의자에 엎드려 놓고 손을 묶은 뒤 때리기도 했다. 칼로 상처를 내려다 안 되자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도 했다. 라디오 선을 뽑아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며 방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도록 했다. 돈도 빼앗아갔다. 용돈과 통장에 있는 돈까지 다 줬지만 그것으로 모자랐다.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했다. 특정 상표 옷을 사오도록 한 뒤 빼앗아가기도 했다. 할머니 칠순잔치 사진을 보면서는 A 군 가족을 욕했다.
▶(영상)"물고문-목 졸라 끌고다녀" 또 왕따학생 자살
▼ "매맞는 것 끝내고 싶었어요… 못난 아들 용서해주세요" ▼
○ 눈물로 쓴 마지막 편지
이들은 교사인 A 군 부모가 집을 비운 낮 시간에 거의 매일같이 집에 찾아와 이런 짓을 저질렀다. A 군 부모는 경북지역에서 일하는 탓에 항상 김 군보다 일찍 집을 나가서 늦게 돌아왔다.
이들은 저녁 시간이 되면 A 군을 시켜 A 군의 부모에게 전화를 하도록 했다. 부모가 도착하기 전에 집을 떠나기 위해서다. 이들은 9개월 동안 A 군의 집에서 괴롭혔지만 A 군의 부모와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서 A 군은 "우리 가족들이 제 걱정 없이 앞으로 잘 살아가기를 빌게요. 저의 가족들이 행복하다면 저도 분명히 행복할 거예요. 언젠가 우리는 한곳에서 다시 만날 거예요. 아마도 저는 좋은 곳은 못 갈 것 같지만 우리 가족은 꼭 좋은 곳에 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한 것도 아닌데 억울하게 꾸중을 듣고 매일 맞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제가 없다고 슬퍼하거나 저처럼 죽지 마세요. 저의 가족이 슬프다면 저도 분명히 슬플 거예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 찢어지는 부모의 가슴
"안 하던 컴퓨터 게임을 하고, 용돈도 자주 달라고 한 이유가 괴롭힘 때문이었다니 가슴이 무너집니다."
A 군의 어머니(47)는 울먹였다. 교복을 입은 채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막내아들을 주검으로 다시 만난 김 군의 어머니는 "안 하던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해 혼냈는데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었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간혹 몸에 멍이 들어 있어 물어보면 '그냥 학교에서 놀다가 다쳤어요'라고 말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이 많았는데…"라며 또다시 흐느꼈다.
잠시 숨을 가다듬은 그는 "유서는 아들이 당한 괴롭힘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경찰이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아들 같은 피해자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해야 아들의 한도 풀릴 것"이라고 했다.
○ 재발 방지만 부르짖는 교육당국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한 A 군이 대구의 한 봉안당에 안치된 22일 오후 유서 속 가해자로 지목된 B 군과 C 군은 대구 수성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A 군의 유서와 A 군이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들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복원해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전원 형사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의 학생 생활 지도에 문제가 없었는지,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조사 이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해당 학교법인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 들어 대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이 여러 명인데도 학교와 교육청은 그때마다 땜질식 대책을 세운 것도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학교는 쉬쉬하고 교육청은 뒷북 대책을 세우기만 했다는 것이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대구 교육의 책임자로서 비통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속죄하는 심정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우 교육감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최근 5년간 초ㆍ중ㆍ고등학생 735명이 가정불화, 성적 비관, 학교폭력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가운데 학교폭력ㆍ집단괴롭힘으로 세상을 등진 학생은 중학생과 고교생 각 4명씩 8명이다.
대구에서 또래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생이 자살해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한번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당국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고교생ㆍ가정불화 이유 많아 = 26일 교육과학기술부와 16개 시도교육청이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2006∼2010년 5년간 자살한 학생은 총 735명이다.
이 가운데 남학생은 390명, 여학생은 345명이며, 학교 과정별로는 초등생 17명, 중학생 224명, 고 교생 494명이다.
원인별로는 가정불화가 33.3%(245명)로 가장 많았으며 염세비관 13.9%(102명), 성적불량 12.2%(90명), 이성관계 7.1%(52명), 신체결함ㆍ질병 2.6%(19명), 가정의 실직ㆍ부도ㆍ궁핍 2%(1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3년간(2008~2010년) 전국 초중고에서 자체 심의한 학교폭력 건수는 2009년 들어 감소했다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2008년 8천813건(초 207건ㆍ중 6천89건ㆍ고 2천517건)에서 2009년 5천605건(초 151건ㆍ중 3천846건ㆍ고 1천608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7천823건(초 231건ㆍ중 5천376건ㆍ고 2천216건)을 기록해 증가세를 보였다.
가해학생 수는 2008년 2만4천18명, 2009년 1만4천605명에서 작년 1만9천949명이었으며 피해학생 수는 2008년 1만6천320명, 2009년 1만1천708명, 작년 1만3천748명이었다.
가해학생이 받은 선도처분은 학교 봉사활동이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사회봉사, 특별교육, 서면사과, 출석정지 등이었다. 피해학생에게는 상담ㆍ조언, 일시보호, 요양, 전학권고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대책…근본 해법 될까 = 교과부는 26일 오전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학교폭력 예방 및 학생보호 방안을 논의하고 관계 부처와 함께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이와 별도로 매년 3월과 9월에 모든 초중고에서 학교폭력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전문상담사 1천800명을 일선 학교에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날 부교육감 회의에 참석해 대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을 애도하고 부교육감들의 의견을 일일이 청취하면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대구시교육청은 중학생 자살과 관련, 우동기 교육감이 사과한 데 이어 지역 학생들의 생활실태 설문조사, 학생 정서ㆍ행동발달 선별검사 확대 실시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당 학교법인은 이사회를 열어 교장을 직위해제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학교폭력이 얼마나 근절될지는 미지수다. 학교의 여건이나 주변 환경, 학교 문화 등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논평을 내고 "학교가 위기라는 데에는 대다수가 공감한다. 학교에는 포용과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학교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고 소통할 기회도 부족하다"며 "교육당국, 지자체, 가정, 학교, 시민사회 등이 모두 나서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zoo@yna.co.kr
- 세계일보
- 입력 2011.12.26 19:38
- 2011.12.26 20:23초·중·고 학생 한해 평균 150여명이나 자살
원인 가정불화 최다… 학교폭력 갈수록 늘어
"학교·가정·사회 연계 근본적 예방대책 시급"
[세계일보]한해 평균 초·중·고등학생 150여명이 가정불화, 성적비관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구 중학생의 자살 '사태'를 불러온 학교폭력 또한 중학교를 중심으로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뒤늦게 교육당국은 학교폭력 피해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실효성은 미지수다.
2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6∼2010년 자살한 초중고생은 모두 735명이다. 연도별로는 2006년 108명, 2007년 142명, 2008년 137명, 2009년 202명, 지난해 146명 등이다. 이 가운데 남학생은 390명, 여학생은 345명이며, 학교별로는 초등생 17명, 중학생 224명, 고교생 494명이다. 원인별로는 가정불화가 33.3%(245명)로 가장 많았으며 염세비관 13.9%(102명), 성적불량 12.2%(90명), 이성관계 7.1%(52명), 신체결함·질병 2.6%(19명), 실직·부도·궁핍 2%(15명), 폭력·집단괴롭힘 1%(8명)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학교폭력 또한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08년 8813건(초 207건·중 6089건·고 2517건)에서 2009년 5605건(초151건·중 3846건·고 1608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7823건(초 231건·중 5376건·고 2216건)을 기록해 증가세를 보였다.
또 가해 및 피해학생에 대한 처벌이나 보호조치는 미흡했다. 지난해의 경우 가해학생(1만9949명)이 받은 선도처분은 학교 봉사활동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사회봉사, 특별교육, 서면사과, 출석정지 등의 순이었다. 피해 학생(1만3748명)에게는 상담·조언, 일시보호, 요양, 전학권고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대책들, 약발 받을까
교과부는 이날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학교폭력 예방 및 학생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교과부는 이와 별도로 매년 3월과 9월에 모든 초중고에서 학교폭력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전문상담사 1800명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대구시교육청은 중학생 자살사건과 관련해 우동기 교육감이 사과한 데 이어 학생들의 생활실태 설문조사, 학생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들이 학생들의 자살을 막거나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살 및 폭력이 학교 문화는 물론 가정 교육, 사회 분위기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학교 차원의 신고센터 개설과 상담교사 배치 확대, 인성교육 강화와 함께 가정 교육, 지역사회 보호 프로그램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전문상담교사 배치 확대 등은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은 가정, 사회와 연계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학교폭력 예방 운동에 관한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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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입력시간 : 2011-12-27 09:37:55
다음은 대구 자살 중학생의 유서 전문이다.
제가 그동안 말을 못했지만, 매일 라면이 없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고, 갖가지가 없어진 이유가 있어요. 제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하고 ○○○이라는 애들이 매일 우리 집에 와서 절 괴롭혔어요. 매일 라면을 먹거나 가져가고 쌀국수나, 용가리, 만두, 스프, 과자, 커피, 견과류, 치즈 같은 걸 매일 먹거나 가져갔어요.
3월 중순에 ○○○라는 애가 같이 게임을 키우자고 했는데 협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 매일 컴퓨터를 많이 하게 된 거에요. 그리고 그 게임에 쓴다고 제 통장의 돈까지 가져갔고,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 등수는 떨어지고, 2학기 때쯤 제가 일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 친구들이) 계속 돈을 달라고 해서 엄마한테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담배도 피우게 하고 오만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고, 빡지까지 써줬어요. 게다가 매일 우리 집에 와서 때리고 나중에는 ○○○이라는 애하고 같이 저를 괴롭혔어요.
키우라는 양은 더 늘고, 때리는 양도 늘고, 수업시간에는 공부하지 말고, 시험문제 다 찍고, 돈벌라 하고, 물로 고문하고, 모욕을 하고, 단소로 때리고, 우리가족을 욕하고, 문제집을 공부 못하도록 다 가져가고, 학교에서도 몰래 때리고,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는 등 그런 짓을 했어요.
12월에 들어서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저도 정말 미치겠어요. 또 밀레 옷을 사라고 해서 자기가 가져가고, 매일 나는 그 녀석들 때문에 엄마한테 돈 달라하고, 화내고, 매일 게임하고, 공부 안하고, 말도 안 듣고 뭘 사달라는 등 계속 불효만 했어요.
전 너무 무서웠고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너무 죄송했어요. 하지만 내가 사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가족이었기에 쉽게 죽지는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몸은 성치 않아서 매일 피곤했고, 상처도 잘 낫지 않고, 병도 잘 낫지 않았어요. 또 요즘 들어 엄마한테 전화해서 언제 오냐는 전화를 했을 거예요. 그 녀석들이 저한테 시켜서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물은 다음 오시기 전에 나갔어요.
저, 진짜 죄송해요.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대로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살면서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남한테 말하려고 했지만 협박을 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쯤에 ○○○이나 ○○○이란 애들이 자세하게 설명해줄 거예요.
오늘은 12월 19일, 그 녀석들은 저에게 라디오를 들게 해서 무릎을 꿇리고 벌을 세웠어요. 그리고 5시 20분쯤 그 녀석들은 저를 피아노 의자에 엎드려놓고 손을 봉쇄한 다음 무차별적으로 저를 구타했어요. 또 제 몸에 칼등을 새기려고 했을 때 실패하자 제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할머니 칠순잔치 사진을 보고 우리 가족들을 욕했어요. 저는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걔들이 나가고 난 뒤, 저는 제 자신이 비통했어요. 사실 알고 보면 매일 화내시지만 마음씨 착한 우리아빠, 나에게 베푸는 건 아낌도 없는 우리엄마, 나에게 잘 대해주는 우리 형을 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제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저는 아마 여기 없었을 거예요. 매일 장난기 심하게 하고 철이 안든 척 했지만, 속으로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사랑했어요. 아마 제가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인지도 몰라요. 집에 먹을 게 없어졌거나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내실 때,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단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도 한 번도 안한 제가 너무 얄밉고 원망스러웠어요. 제 이야기는 다 끝이 났네요. 그리고 마지막 부탁인데, 그 녀석들은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알고 있어요. 우리 집 도어키 번호 좀 바꿔주세요. 저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저희 가족을 기다릴게요.
12월 19일 전 엄마한테 무지하게 혼났어요. 저로서는 억울했지만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 녀석들은 그날 짜증난다며 제 영어자습서를 찢고 3학년 때 수업하지 말라고 ○○○은 한문, ○○○는 수학책을 가져갔어요. 그리고 그날 제 라디오 선을 뽑아 제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 하였고, 5시 20분쯤부터는 아까 한 이야기와 똑같아요.
저는 정말 엄마한테 죄송해서 자살도 하지 않았어요. 어제(12월 19일) 혼날 때의 엄마의 모습은 절 혼내고 계셨지만 속으로는 저를 걱정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부모님한테나 선생님, 경찰 등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걔들의 보복이 너무 두려웠어요. 대부분의 학교친구들은 저에게 잘 대해줬어요. 예를 들면 ○○○, ○○○, ○○○, ○○○, ○○○, ○○○, ○○○, ○○○, ○○○, ○○○, ○○○, ○○○, ○○○, ○○○, ○○○, ○○○ 등 솔직히 거의 모두가 저에게 잘해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저는 매일매일 가족들 몰래 제 몸의 수많은 멍들을 보면서 한탄했어요.
항상 저를 아껴주시고 가끔 저에게 용돈도 주시는 아빠, 고맙습니다. 매일 제가 불효를 했지만 웃으면서 넘어가 주시고, 저를 너무나 잘 생각해주시는 엄마, 사랑합니다. 항상 그 녀석들이 먹을 걸 다 먹어도 나를 용서해주고, 나에게 잘해주던 우리 형, 고마워. 그리고 항상 나에게 잘 대해주던 내 친구들, 고마워. 또 학교에서 잘하는 게 없던 저를 잘 격려해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바꿔주세요. 걔들이 알고 있어서 또 문 열고 저희 집에 들어올지도 몰라요.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
아빠 매일 공부 안 하고 화만 내는 제가 걱정되셨죠? 죄송해요. 엄마 친구 데려온답시고 먹을 걸 먹게 해준 제가 바보스러웠죠? 죄송해요. 형. 매일 내가 얄밉게 굴고 짜증나게 했지? 미안해. 하지만, 내가 그런 이유는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앞에서 밝혔으니 전 이제 여한이 없어요. 저는 원래 제가 진실을 말해서 우리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지만 제가 진실을 말해서 억울함과 우리가족 간의 오해와 다툼이 없어진 대신, 제 인생 아니 제 모든 것들을 포기했네요. 더 이상 가족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슬프지만 저는 오히려 그간의 오해가 다 풀려서 후련하기도 해요. 우리가족들, 제가 이제 앞으로 없어도 제 걱정 없이 앞으로 잘 살아가기를 빌게요.
저의 가족들이 행복하다면 저도 분명 행복할 거예요.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언젠가 우리는 한 곳에서 다시 만날 거예요. 아마도 저는 좋은 곳은 못갈 거 같지만 우리가족들은 꼭 좋은 곳을 갔으면 좋겠네요.
매일 남몰래 울고 제가 한 짓도 아닌데 억울하게 꾸중을 듣고 매일 맞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그리고 제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시거나 저처럼 죽지 마세요. 저의 가족들이 슬프다면 저도 분명히 슬플 거예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
-우리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막내 ○○○ 올림-
P.S. 부모님께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 못 전했지만 지금 전할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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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야, 엄마가 미안해. 네가 그렇게 아픈지도 몰랐고... 엄마가 너를 못 지켜준 거, 엄마 가슴이 너무 미어져. 하늘나라 가서 안 아프고 안 무섭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 또 엄마는 너를 위해서 기도할게. 나중에 우리 가족들 다 만나서 다시 행복하게 살자. 사랑해, 애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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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자살 중학생 가해학생 실형 선고(종합)
법원 "미성년이지만 죄질 좋지 않아 엄벌 불가피" 연합뉴스 한무선 입력 2012.02.20 14:54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지난해 연말 대구에서 발생한 중학생 자살사건의 가해학생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양지정 판사는 20일 급우를 괴롭혀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기소된 B군에게 장기 3년6개월에 단기 2년6개월, C군에 대해서는 장기 3년에 단기 2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양 판사는 "피고인들은 자기보다 약한 친구를 대상으로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괴롭힌 점, 역할과 암호를 정해 수시로 구타하고 공부를 방해한 점,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피해자의 집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휴대전화로 피해자의 일상을 파괴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는 또 "피고인들은 계획적으로 범행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발각될 염려 때문에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삭제하는 등 치밀함과 대담함을 보였으며, 세면대에 물을 받아 얼굴을 담그게 하고 땅바닥의 과자를 먹게 하는 등 친구 사이에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아무 죄책감 없이 했다"고 덧붙였다.
양 판사는 "이 때문에 피해자가 고통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했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유족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학교폭력이 만연한 현실에서 관대하게 처벌할 수 없고 비난 가능성이 높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공판이 열린 법정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측, 취재진 외에도 학생 참관객 등이 몰려 북적거렸다.
변호인은 항소 여부에 대해 "지금 그럴 단계가 아니다"며 "피고인들의 가족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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