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
"저는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형제도 없습니다. 남편은 형제도 많고 또 형제들을 지극정성으로 챙깁니다. 시댁 식구들과 함께 있으면 저는 소외감을 느낍니다. 혼자 있을 때보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외로움을 느낍니다. 어떻게 하면 덜 외로울까요?"
법륜스님
외로움이라는 것은 마음의 문을 닫고 있기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부부가 껴안고 살아도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있으면 외롭고, 아무리 많은 사람과 같이 있어도 마음의 문을 닫고 있으면 외롭습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늘 남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복잡하게 사는데도 외롭다고 합니다. 스님들은 저 깊은 산속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혼자 살아도 외롭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혼자 있어도 마음의 문을 열고 있으면 외롭지 않아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옆에 있어줘야 외롭지 않고 혼자 있으면 외로운 게 아닙니다.
혼자 있더라도 마음이 열려 있으면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새가 있고, 나무가 있음을 느낍니다. 봄이 되면 봄을 즐기고, 여름이면 여름대로, 가을이면 가을대로, 겨울이면 겨울대로 계절을 만끽할 수 있어요.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면 함께 대화할 수 있어서 좋고, 그가 돌아가면 혼자서 고요히 명상할 수 있어서 좋지요. 이렇게 받아들이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더불어 있어도 귀찮지 않아요. 그런데 마음의 문을 닫고 있으면 혼자 있을 땐 외로워 못살고, 같이 있으면 귀찮아서 살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가친척이 없기 때문에 외로운 게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입니다. 내가 가족이 없어 외롭게 살았으니 오히려 가족이 많은 시댁식구와 함께 어우러지면 그들이 다 내 가족이 됩니다. 이렇게 가족이 많아졌구나 생각하면 외로울 이유가 없습니다. 나와 남편을 나누고 나와 시댁을 나누고 스스로 울타리를 치기 때문에 외로운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자기 형제들에게 잘하고 자기 부모에게 잘하는 게 왜 흉이에요? 형제간에 우애가 있고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것은 세상 사람에게 칭찬받는 일이잖아요. 내가 나를 중심에 놓고 내 이익을 중심에 세워 사물을 보기 때문에 남편이 형제들에게 잘하는 것이 꼴 보기 싫은 거지요. ‘나하고 결혼했으면 내 사람인데 왜 늘 자기 형제들만 생각하느냐?’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우리 남편 참 착하다. 요즘 저런 남자가 어디 있나.’ 이렇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남편이 나만 사랑하고 나한테만 잘하고 형제끼리 잘 못 지내면 나에게 좋을까요? 형제들 사이에서 손가락질 받는 남편이 어떻게 좋은 남편이 될 수 있겠어요. 자기 형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니 질문하신 분은 지금 마음을 어리석게 써서 화를 자초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셔서 “내가 어리석게 생각했구나. 내가 내 외로움을 스스로 만들었구나.” 이렇게 뉘우치고 남편이 형제에게 잘하는 것을 오히려 칭찬하고, 북돋아주세요. 또 ‘시댁에 오니 가족이 많아서 좋구나’하고 생각하세요.
저희 정토회에는 오륙십 명 이상이 함께 먹고, 자고, 살고 있어요. 서로 일가친척도 아니고 부모형제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에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완전히 낯선 사람들이고 아무런 특별한 관계가 없어요. 그래도 서로 돕고 의지하고 세상을 위해서 일하면서 살아가잖아요.
외롭다는 것은 내 마음의 문제임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외로운 거예요. 내가 나를 해치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빚어진 것이니 이 생각을 버리시고 오히려 마음의 문을 열고 가족들과 더불어 지내도록 하세요. 외로움도 습관이 돼서 잘 안 될 수 있으니 고민하지 말고 부처님께 108배를 하고 그래도 이런 마음이 들면 500배를 하세요. 절을 많이 해서 자기를 굽히면 마음이 부드러워져요. 그렇게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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