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왕년에

含閒 2009. 1. 21. 09:57

왕년에




걸핏하면 '내가 왕년에..'를 입에 올리는 이들의 현재 상태가
썩 만족스럽지 않을 거라는 짐작은 셜록 홈즈의 추리만큼이나
자연스럽고 과학적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애초부터 과거에 방점을 찍고 있으니 당연한 결론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구조도 '왕년에' 화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과거로 눈을 돌려야 행복의
단서라도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평생 제일 행복한 시절이었다, 는 식이지요.
심각한 심리적 착시현상입니다.
미래에서 돌이켜 보면, 현재도 미래의 아름다운 과거인걸요^^;

'here&now' 상황에서 행복을 감지하지 못한 채 과거를 돌아보거나
미래를 기웃거리는 일은, 단언컨대 무능력한 행위입니다.
돌이켜보지 않고 지금 현재의 주위를 둘러보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진짜배기 행복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개군면
▒ 추읍산 / 583m
▒ 산수유 붉은 치마 두른 남한강변의 산

추읍산(趨揖山)은 양평군 용문면과 개군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582.9미터의 아담한 산이다.

국립지리원 발행 5만분의 1 지형도에는 아직도 주읍산(注邑山)으로 표기된 추읍산의 산세는 특이하다. 중앙선 혹은 태백선 기차를 타고 한강과 남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열차 여행은 한강과 남한강 강변의 수려한 풍광에 매료되어 절로 무아지경에 들게 되지만 양평을 지나면 오른쪽 차창 밖으로 특이한 모양의 산이 사람의 시선을 끌게 한다.

산의 정수리를 칼로 뚝 잘라버린 듯한 뭉뚝한 산세, 너무나 특이한 산세에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응시하게 되는 산. 산이름이 절로 궁금해지는 산이 바로 추읍산이다. 청량리에서 6시 50분에 출발하는 통일호 열차를 타고 1시간 20분이면 양평역과 용문역 사이에 자리한 원덕역에 닿는다. 하루에 하행선과 상행선이 각각 3번밖에 정차하지 않는 간이역은 참으로 한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