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葬花吟,曺雪芹

含閒 2026. 4. 22. 09:34

葬花吟,曺雪芹

 

 

花謝花飛花滿天 꽃이 져 우수수 하늘 가득 흩날릴 때
紅消香斷有誰憐 빛깔 잃고 향기 멎은들 그 누가 슬퍼하랴
游絲軟繫飄春 실버들 하늘하늘 난간 새에 나부끼고
落絮輕沾撲繡簾 버들꽃솜 몽실몽실 비단 발에 서려 붙네

 


閨中女兒惜春暮 규중의 아가씨는 가는 봄이 안타까워
愁緖滿懷無釋處 가슴속에 서린 시름 풀 길이 없네
手把花鋤出繡簾 꽃갈퀴 손에 들고 뜰을 나섰건만
忍踏落花來復去 떨어진 꽃잎 밟을까 서성거리네

 


柳絲楡莢自芳菲 버들개지, 느티나무 잎은 한철을 만났다고
不管桃飄與李飛 복사꽃, 오얏꽃 흩날려도 아랑곳 않네
桃李明年能再發 복사꽃, 오얏꽃은 내년이면 다시 피련만
明年閨中知有誰 오는 해 꽃철의 규방 속엔 그 누가 있을 거냐

 


三月香巢已壘成 삼월이라 어느덧 제비집은 다 지었건만
梁間燕子太無情 대들보에 지저귀는 저 제비 무정도 하구나
明年花發雖可啄 내년에 꽃이 피면 또 와서 반기련만
不道人去樑空巢也傾 사람 가고 들보 비면 보금자리도 기울고 말리

 


一年三百六十日 한 해 세월 삼백육십 일
風刀霜劍嚴相逼 칼바람 서릿발 사정없이 닥쳐오나니
明媚鮮姸能幾時 고운 얼굴 어여쁜 자태 얼마를 가랴
一朝飄泊難尋覓 하루아침 바람에 날리고 보면 찾을 길 없으리

 


花開易見落難尋 피는 꽃은 보기 쉬워도 지는 꽃은 찾기 어려워
階前悶殺葬花人 뜰 앞에서 서러워하는 꽃장례 지내는 사람이여
獨把花鋤淚暗灑 꽃갈퀴 홀로 들고 눈물을 짓더니
灑上空枝見血痕 꽃가지에 뿌려 올려 핏자국 새겨 놓네

 


杜鵑無語正黃昏 두견새도 목메어 하는 날 저문 황혼에
荷鋤歸去掩重門 꽃갈퀴 메고 와서 겹문을 닫아거노라
靑燈照壁人初睡 파아란 등불 아래 첫잠이 들려 하지만
冷雨敲被未溫 찬 비 소리 창에 울어 이불도 싸늘해라

 


怪奴底事倍傷神 나는 왜 이다지도 갑절이나 속 태울까
半爲憐春半惱春 가는 봄이 아깝고 민망하기 때문일까
憐春忽至惱忽去 홀연히 와도 서럽고 홀연히 가도 걱정
至又無言去不聞 온다는 말도 없고 간다는 인사도 없네

 


昨宵庭外悲歌發 어젯밤 뜰 밖에서 슬픈 노래 들렸는데
知是花魂與鳥魂 그것은 꽃 넋과 가는 새 넋의 울음이었네
花魂鳥魂總難留 가는 꽃의 넋과 가는 새 넋을 어이 막으랴
鳥自無言花自羞 새는 말 없고 꽃은 부끄러워하는구나
 

 


願奴脇下生雙翼 원컨대 어깨 밑에 날개라도 돋아
隨花飛到天盡頭 가는 꽃 따라 하늘 높이 날고 지고
天盡頭, 何處有香丘 아아, 하늘 끝 어디에 꽃무덤 있으리오?
未若錦囊收 차라리 꽃잎을 비단 주머니에 담아
一堆淨土掩風流 한 무더기 정한 흙에 바람 속에 묻어 주지
 
質本潔來還潔去 깨끗이 피었다 깨끗이 가야 할 너를
强於汚陷渠溝 내 어찌 더러운 시궁창에 썩혀버리랴
爾今死去收葬 네가 지금 죽어서 내가 묻어 두지만
未卜身何日喪 이 몸은 과연 어느 날 묻힐 건가
 
今葬花人笑癡 꽃장례 지내는 나를 어리석다 웃지만
他年葬知是誰 다음날 내가 죽으면 그 누가 묻어 줄까
試看春殘花漸落 봄이 가고 꽃이 지는 무렵이
便是紅顔老死時 나이 젊은 소년 소녀 늙어 죽는 그때이리라
一朝春盡紅顔老 언제든 봄이 가고 홍안이 늙으면
花落人亡兩不知 꽃도 지고 사람도 가고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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