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만에 아시아 최고 성적 황선우 "아쉽지만 멋진 선수와 뛰어 영광"
입력 2021.07.29 18:09 수정 2021.07.29 18:09 지면 A23
자유형 100m 47초82로 5위
1952년 日선수 銀메달 이후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 성적
세 번의 신기록…잠재력 폭발
"자유형 50m 생각 비우고 뛸 것"
황선우가 29일 일본 도쿄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m 자유형 결선에서 출발대를 박차며 입수하고 있다. 황선우는 30일 시작하는 자유형 최단거리 레이스 50m를 끝으로 이번 대회 일정을 마무리한다. /뉴스1
한국 수영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황선우(18)가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69년 만에 아시아 최고 성적을 새로 썼다. 대회 기간 온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그는 아직 10대인 고등학생. 황선우는 “일단 주 종목인 자유형 100m와 200m 레이스를 다 마쳐서 너무 후련하다”며 활짝 웃었다.
황선우는 29일 일본 도쿄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7초82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전체 5위. 47초02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케일럽 드레슬(미국)과는 0.80초 차이였다. 황선우의 기록은 아시아 선수로는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스즈키 히로시(일본) 후 69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스즈키 이후 이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는 없다.
자유형 100m는 오랜 기간 아시아 선수들에게 불모지였다. 육상 단거리 100m처럼 아시아 선수는 예선을 통과하기도 어려운 종목이다. 서구권 선수들과는 체격 조건에서 범접할 수 없는 차이가 나서다. 금메달을 딴 드레슬(미국)의 키는 191㎝, 몸무게가 88㎏이다. 황선우는 키 186㎝에 몸무게 74㎏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준결승에서 47초56의 아시아 신기록 및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세우고 결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다. 황선우는 “100m는 단거리여서 선수들의 몸이 다 엄청나게 크고 좋다”며 “뒤처지지 않으려면 천천히 몸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유형 100m 결승에 오른 것도 한국 선수 중에선 황선우가 처음이다. 아시아를 통틀어서도 1956년 멜버른 대회 일본의 다니 아쓰시 이후 65년 만이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황선우는 “자유형 100m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정말 만족한다”고 말했다.
황선우는 결선에서 6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5번 레인에 드레슬, 7번 레인엔 카일 차머스(호주)가 자리잡았다. 황선우는 출발 반응 속도가 0.58초로 가장 빨랐으나 잠영에서 따라잡혀 첫 50m 구간을 6위 기록인 23초12로 돌았다. 남은 50m 구간에서 있는 힘을 쥐어짜냈지만 순위 한 계단을 끌어올리고 레이스를 마쳤다. 황선우는 “어제 경기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멋진 선수들과 같이 뛴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황선우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세 번의 ‘신기록 경신’과 함께 자신의 주 종목 일정을 마쳤다. 그는 지난 25일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로 박태환(1분44초80)의 기록을 11년 만에 넘어섰다. 자유형 100m 예선에선 47초97로 한국 신기록을 세웠고, 준결승에선 한국을 넘어 새로운 아시아 기록으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엄청난 성장세에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리는 데 대해 그는 “같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며 “황선우라는 선수도 많이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선우는 30일 열리는 자유형 50m 경기를 끝으로 대회를 마감한다. 그는 “50m는 많은 생각을 가지고 나온 종목이 아니다”며 “생각을 비우고 후련하게 뛰고 싶다”고 밝혔다.
대회 2연패를 노렸던 차머스는 드레슬에 0.06초 뒤진 47초08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러시아의 클리멘트 콜레스니코프가 차지했다. 이 종목 세계 기록은 세자르 시엘루(브라질)가 보유한 46초91이다.
메달만큼 값진 황선우의 쾌거, 69년 만의 아시아 최고
입력 : 2021.07.29 20:41 수정 : 2021.07.29 20:41
황선우는 100m 결승 경기가 끝난 뒤 “주 종목을 다 마쳐서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유형 200m 결승 직후 인터뷰에선 자신의 100m 구간 기록을 듣고 “오버페이스였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경쟁에 주눅들지 않고, 운동을 즐기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일 터다. 이번 올림픽에선 황선우 외에도 양궁의 2관왕 안산(20)·김제덕(17), 탁구의 신유빈(17) 등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선수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탁월한 재능과 기량은 물론이려니와 당당하고 유쾌한 태도로도 사랑받고 있다. Z세대 선수들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한국 스포츠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도 젊은 선수들이 계속 성장하며 한국 스포츠의 르네상스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보탰으면 한다.
- 도쿄 올림픽 개막 전 황선우는 수많은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25일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50m 지점까지 선두를 유지하는 레이스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00m 결승에서도 ‘차세대 펠프스’로 불리는 케일럽 드레슬(미국)과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일 찰머스(호주)에게 밀리지 않는 팽팽한 경쟁을 펼쳤다. 황선우가 이제 겨우 18세의 고등학생임을 감안하면 향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올림픽은 나약한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주곤 한다. 황선우는 수영의 변방, 자유형 100m, 어린 나이, 일천한 국제대회 경험 등의 장벽을 뛰어넘었기에 폭염과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 황선우가 29일 열린 도쿄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7초82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다. 기대했던 메달권에 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아시아 선수로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이후 69년 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다. 황선우는 전날 열린 준결승에선 47초56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흔히 ‘수영의 꽃’으로 불리는 자유형 100m 경기는 육상의 100m 경기와 비견된다. 순간적 폭발력을 요구하는 만큼 아시아 선수에게는 도저히 넘기 어려운 벽으로 통했다. 이번 올림픽 준결승에 나선 선수 16명 가운데서도 아시아인은 황선우뿐이었다. 그런 만큼 황선우의 빛나는 역영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수영계가 함께 기뻐할 성취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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