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김상조니까 달라야 했다
앎과 삶은 일치해야 한다. 겉과 속은 같아야 한다. 나와 남을 대하는 잣대는 달라선 안 된다. 두 가지가 따로 놀 때 사람들은 ‘위선’이라 부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한 지식인의 ‘이면’을 다시 보게 된 까닭이다. 그가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괜찮은 카드’라고 여겼다. ‘재벌 개혁’뿐 아니라 진영논리를 넘어 비판과 함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는 인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재계에서도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물’로 봤다. 그의 청문회를 앞두고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등 이른바 ‘5대 비리’에 속하는 의혹이 쏟아졌다. 정작 본 게임이 시작되자 ‘낙마시키겠노라’는 결기를 보인 야당의원들은 ‘재벌 저격수’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야당 입장에서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운계약서 작성은 사실이었고 논문에 일부 표절이 있었고 공동저작물을 단독저작물로 중복게재한 것도 확인됐다. 김 후보자의 개입 여부를 떠나 부인은 영어강사 지원자격을 충족하지 못했고 경쟁이 공정하지 않았음도 드러났다. 대기업의 ‘관행’과 그의 ‘관행’ 사이에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김 후보자가 부주의하게 ‘관행’을 따른 몇 가지 ‘반칙(?)’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은 ‘결정적 하자’가 없으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야당이 이를 막을 수는 없을 듯하다. 그렇지만 ‘진보적’ ‘실천적’ 등과 같은 수식어를 달고 다닌 ‘지식인 김상조’의 도덕성 훼손은 공정거래위원장 임기뿐만 아니라 그의 남은 생애 동안 부담이 될 것이다. 특히 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관행’보다 더 문제였던 것은 사실을 해명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송구하다”거나 “죄송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그는 처음엔 “나는 안 했다”는 식의 어법을 구사했다. 그가 잘못한 것은 없다는 얘기였다. 다운계약서는 “법무사와 공인중개사가 썼고 내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3인 공저 논문을 단독 논문으로 낸 것은 “학술지가 요청했고 노사정위의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영어강사 채용시험에서 3등을 한 아내가 뽑힌 데 대해선 “행정처리 잘못”이라며 “교육청 차원에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사와 공인중개사가 세금이 걸린 계약서를 임의로 쓸 리 없고 그 계약서엔 그의 도장이 찍혔다. 학술지나 노사정위에서 3명이 쓴 논문을 그의 이름만 써서 달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의 아내 채용 과정에 그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과에 대해 도의적 책임조차 없을 수는 없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고 장관이 되려는 김 후보자에게 성인(聖人)의 조건을 요구할 수는 없다. 관건은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줄 아는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다. 정책을 펴다 오류가 발생할 때 필요한 덕목이어서 그렇다. 김 후보자가 대선캠프에 몸담으면서 한국 시민운동의 한 상징이자 자산이 사라졌다. 청문회에서 ‘생활인 김상조’는 발견했지만 ‘지식인 김상조’는 잃었다. 현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깊이 있는 이해, 논리적 일관성과 실현 가능한 대안을 추구한 그가 ‘관행적 행위’를 만회하는 길은 '유능한' 공정거래위원장이 되는 것이다. "20년 동안 칼날 위에 서 있는 긴장감으로 살았다"는 그의 건투를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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