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退溪) 선생 묘갈명(墓碣銘)
태어나서는 크게 어리석었고 / 生而大癡
장성하여서는 병이 많았네 / 壯而多疾
중년에는 어찌 학문을 좋아했으며 / 中何嗜學
말년에는 어찌 벼슬에 올랐던고 / 晩何叨爵
학문은 구할수록 멀기만 하고 / 學求猶邈
관작은 사양할수록 몸에 얽히네 / 爵辭愈嬰
세상에 진출하면 실패가 많았고 / 進行之跲
물러나 은둔하면 올발랐네 / 退藏之貞
국가의 은혜에 깊이 부끄럽고 / 深慙國恩
성인의 말씀이 참으로 두려워라 / 亶畏聖言
산은 높이 솟아 있고 / 有山嶷嶷
물은 끊임없이 흐르는데 / 有水源源
선비의 옷을 입고 한가로이 지내니 / 婆娑初服
뭇 비방에서 벗어났네 / 脫略衆訕
내 그리워하는 분 저 멀리 있어 볼 수 없으니 / 我懷伊阻
나의 패옥 누가 구경해 주리 / 我佩誰玩
내 고인을 생각하니 / 我思古人
실로 내 마음과 맞는구나 / 實獲我心
어찌 후세 사람들이 / 寧知來世
지금의 내 마음을 모른다 하랴 / 不獲今兮
근심스러운 가운데에 낙이 있고 / 憂中有樂
즐거운 가운데에 근심이 있네 / 樂中有憂
조화를 타고 돌아가니 / 乘化歸盡
다시 무엇을 구하리 / 復何求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