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관련(高尔夫球關聯)

신지애의 치밀함 섬세함 영악함…

含閒 2010. 9. 27. 16:09

신지애의 치밀함 섬세함 영악함… 조회 : 2026추천 : 3

작성자 김경수 작성일 2010/09/20 19:10


 신지애가 1년만에 국내 팬들앞에서 세계 정상급 샷을 선보였다.나흘동안 지켜보니 신지애만의 섬세함이랄까,영악함이 있었다.

◆잔디결까지 파악한 후 샷을 한다
 ‘메트라이프·한경 KLPGA챔피언십’이 열린 88CC 서코스 역시 여타 골프장처럼 지면이 축축했다.그래서 ‘프리퍼드 라이’(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에 한해 집어올려 닦은 후 놓고 플레이하게 하는 것)가 적용됐다.페어웨이 잔디도 고르지 못해 어느 곳은 역결(목표 반대방향으로 잔디가 뉘어있는 것)이고,어느 곳은 순결(목표방향으로 잔디가 뉘어있는 것)이었다.순결인 데서 샷이 더 잘 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신지애는 어느새 14개홀 페어웨이의 볼 낙하지점마다 잔디결을 파악해둔 후 순결인 곳에 드라이버샷을 떨구려고 했다고 말했다.여느 선수 같으면 볼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는 일도 힘들 터인데,페어웨이내 잔디결이 순결인 곳을 찾아 일부러 그곳을 겨냥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도의 정확성,자신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갤러리들의 극성을 마음속으로 삭이다
 한국 갤러리들은 유난히 극성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신지애는 “나를 보고싶어 온 팬들이 나를 좋아하므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내가 뭐 이쁘다고 그렇게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는지”라고 말했다.휴대폰 카메라셔터 소리에 어드레스를 수 차례 풀고,시도때도 없이 지나다니는 골프카에 신경을 빼앗겼음직 했지만,그것도 골프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승화하는 모습이었다.최경주는 “골퍼들의 소음을 이겨내야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일본의 이시카와 료도 기량 못지않게 겸손의 극치를 보여주는 선수다.갤러리들의 ‘非 매너’에 짜증내는 존 데일리,세르히오 가르시아 등과는 다른,세계적 선수들의 공통점이 아닌가 한다.

◆사인을 해주는 데도 날짜를 따지다
 한국경제 주최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한경 독자들을 위해 사인과 함께 추석 잘 보내시라는 문구를 요청했더니 그 분주한 시간에도 흔쾌히 응해주었다.나중에 날짜는 적으려다 말고 기자를 보더니 “오늘 날짜로 할까요,추석 날짜로 할까요?”라고 하지 않는가.기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 사소한 것까지 따지는 세심한 배려에 다시한번 놀랐다.

◆골프규칙 지식도 세계 정상급이다
 2005년 말 프로로 전향한 이후 신지애가 규칙 위반으로 벌타를 받은 것은 딱 두 번이다.여자월드컵에서 임시장해물인 광고판을 치우고 샷을 해 벌타를 받은 일(실제는 진행요원이 치웠으나 벌타는 선수에게 부과됨)과 한일여자골프대항전에서 어드레스후 볼이 바람(경사)에 의해 움직여 벌타를 받은 일이 그것이다.김광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장은 “규칙을 잘 아는 선수일수록 성적도 좋다”고 말한다.신지애가 세계 톱랭커로 자리잡게 된 데는 규칙을 꿰고 있는 점도 한 몫했다고 본다.

◆앞으로 10년만 골프하겠다
 지난해말인가,올 연초인가.신지애는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딱 10년만 골프하겠다”고 말했다.열살때 골프클럽을 잡은 그는 지금 스물 두 살이다.서른 두 살 때까지만 골프를 하겠다는 뜻이다.다른 선수들이 선수생명이 다할 때까지 대회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20여년 골프를 하면 질릴 법도 하고,골프 외에 자신이 하고싶어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란다.적당한 욕심,적절한 인생 배분.20대 초반 운동선수답지 않은 말이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