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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청년 실업 오적(五賊)을 고발함

含閒 2015. 4. 8. 15:45

 

[매경포럼] 청년 실업 오적(五賊)을 고발함

 

기사입력 2015.04.06 17:30:32 | 최종수정 2015.04.06 20:05:57

<매경> 채경옥 논설위원


 

그들은 역사상 그 어떤 세대보다 교육을 많이 받았고 지적으로도 우수하다. 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지털 신인류`다. 20세기 이전 왕족이나 귀족계급만 누렸던 외국어 교육, 1인1악기, 개인 과외교사 수업도 받았다. 교육에 들어간 비용은 셈하기 어렵다. 그걸 다 더했다가는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는 부모들이 많다. 영재고나 과학고, 자사고나 외고에 진학한 경우 내신 등급 유지를 위해 월 수백만 원은 각오해야 한다. 부모들은 이쯤에서 대충 기진맥진이다.


그렇게 바늘구멍을 뚫어 S대 경영학과에 진입한 낙타들이 120명이다. 웬만한 중학교에서 전교 1, 2등은 맡아놓고 해야 간다는 특목고, 그 특목고에서 3년 내리 전교 1등을 해도 갈까말까 하다. 하지만 정작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들은 또 새벽 5시부터 도서관 자리 맡으려 경쟁하고 각종 취업용 스펙을 쌓느라 누렇게 뜬다. 120명 중에 80~90명은 로스쿨, 고시 준비, 대학원 진학으로 재차 비용을 치른다. 나머지 30~40명은 예기치 못한 취업시장의 냉혹함에 부딪힌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하다는 청년실업률의 속살이다. S대 인문대생들은 딱 절반만 취직한다. 경영·경제학 부전공으로 전공세탁을 해도 그렇다. SKY 사정이 이러니 `인구론(인문대생 90%가 논다)`이란 말이 나온다. 청년들은 무저갱에 갇힌 듯 현재도 미래도 없이 시들어간다. 꽃 같은 학창시절 다 바치고 부모들 노후까지 담보 잡은 결과가 이 모양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제1의 적은 정부와 관료집단이다. 제조업의 한계는 20년 전부터 예고됐다. 서비스업 육성 역시 한두 해 곱씹은 얘기가 아니다. 국회선진화법 이전, 집권당이 다수당이었던 시절에도 말로만 규제혁파, 금융·교육·법률·의료의 4대 쇄국산업을 철통처럼 지켜온 게 정부요 관료들이다. 은행을 주인 없는 상태로 방치하며 대리인 비용만 키워온 것도 그들이다. 은행들은 관피아, 정피아 천지가 됐다. 그런 은행 밑에 보험, 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사까지 다 끌어다놨으니 금융경쟁력이 아프리카보다 떨어진 건 당연지사다. 유보금이 수조 원씩에 달하던 세계 1위 철강업체 포스코와 국가 기간통신사 KT는 주인 없는 십 몇 년 새 아예 거덜이 났다.


제2의 적은 정치권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가장 중요한 의료법, 관광진흥법, 크루즈법, 클라우드법 어느 것 하나 통과시키지를 않는다. 인구 70만의 마카오가 연 3000만명 관광객을 유치해 완전고용을 실현하고 싱가포르가 국민소득 5만6000달러의 아시아 최고 부국이 된 게 그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국회의원 배지 앞에서는 공무원단체, 시민단체, 노조만이 갑(甲)이다. 재정이 거덜나든 말든, 공무원연금 개혁은 뒷전이요 노조들 기득권 수호에 홍위병 노릇이 고작이다.


제3의 적은 대기업이다. 끊임없이 신성장동력을 찾고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이다. 혁신 대신에 상속·승계에 목을 맬 때, 기업가정신을 새롭게 벼리기보다 선대(先代)의 유산에 안주할 때 이미 도태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기업과 혼연일체, 공존공생의 관계가 돼버린 대기업 노조는 제4의 적이다.


제5의 적은 단연 교육부다.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고 불가측한 대입제도를 바탕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초·중·고 교육을 망쳐온 게 그들이다. 전 국민을 거덜나게 만드는 고비용 구조를 만들어놓고도 영어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IT·바이오·로봇 시대에 대비해 코딩과 컴퓨터프로그래밍 교육에 열을 올릴 때 수업시수까지 정해가며 국·영·수만 고집하는 게 그들이다.


청년들을 살려내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청년들더러 중동으로 가라는 정부는 무책임하고 무능하다.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는 정치권, 청년들에게 희망과 열정을 주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이유가 없다. 내 자식보다 내 밥그릇이 더 중요하다는 기성세대는 자멸뿐이다. 청년들을 글로벌 낙오자로 키우는 전근대적 교육부는 해체돼야 한다. OECD 국가 중 교육부가 정부부처 형태로 있는 것은 일본과 한국, 딱 두 나라뿐이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 공히 교육이 망국의 근원이다.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는 대한민국 오적(五賊)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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