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프로가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 김명민, 루게릭환자 연기하다 여러번 죽을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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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김명민… 몸무게 하루 0.2kg씩 덜어내는게 고통
'종우'처럼 되기위해 나 자신을 버려… 내꿈은 연기인지 모르게 연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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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지금 몸무게가 어떻게 되세요?"
"63kg이요. 11kg이 쪘는데도…."
과연 배우 김명민의 이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72kg의 적당한 몸매에 우렁찬 목소리로 씩씩하게 말하던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ㆍ제작 영화사 집)의 루게릭병 환자 종우 같았다. 20kg나 감량했던 몸무게는 점차 회복해가고 있지만 예전보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난 사진으로 그의 감량 투혼은 화제가 되었다. 지나치게 몸무게 이야기로 화제를 일으키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할까 우려했던 것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김명민에게 몸무게를 덜어내는 일은 종우에 가까워지는 일, 그리고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관객과 만나는 일과 동의어였다.
"63kg이요. 11kg이 쪘는데도…."
과연 배우 김명민의 이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72kg의 적당한 몸매에 우렁찬 목소리로 씩씩하게 말하던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ㆍ제작 영화사 집)의 루게릭병 환자 종우 같았다. 20kg나 감량했던 몸무게는 점차 회복해가고 있지만 예전보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난 사진으로 그의 감량 투혼은 화제가 되었다. 지나치게 몸무게 이야기로 화제를 일으키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할까 우려했던 것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김명민에게 몸무게를 덜어내는 일은 종우에 가까워지는 일, 그리고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관객과 만나는 일과 동의어였다.
# 내 자신과의 싸움
김명민은 당초 <내 사랑 내 곁에> 시나리오를 받고 고사를 했다. TV 뉴스에서 "김명민이 영화처럼 루게릭병에 걸렸다" "영화처럼 사망했다"고 보도되는 악몽을 반복해서 꿨다.
"종우를 맡으면 진짜 죽을 것 같았어요. 매니저에게도 '나 이거 하다 죽기 싫다'고 했죠. 동시에 안에서는 '해봐'라는 소리도 들렸어요. 발버둥칠수록 조여 드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운명'인가 봐요."
영화 촬영 전 20kg을 감량하고 크랭크인하라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촬영하며 서서히 몸무게가 빠져 가고, 죽어가는 연기를 할 자신이 없었다. 막상 배역을 수락한 뒤에는, 늘 그랬듯, 자신을 던졌다. 지나고 보니 12kg까지는 무난하게 살을 뺐다. 이후 하루 0.2kg, 0.3kg 씩 덜어내는 것이 고통이었다. 감독은 얼마나 빼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김명민은 끊임없이 살을 덜어냈다.
"마라톤 선수들도 달리다 보면 10번쯤 사점을 겪는다고 하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뒤로 갈수록 깜빡 깜빡 하기도 했죠. 의식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촬영 중 침대에서 잠시 눈을 감은 것 같은데 20분이 지나있고, 모든 스태프가 기다리고 있기도 했어요. 인간의 의지가 참 약하구나 싶었죠."
김명민은 종우처럼 되기 위해 숙소의 환경도 바꿨다. 암울한 분위기가 돌도록 커튼을 꽁꽁 쳐 두고, 조금이라도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기 위해 쿠션으로 틈을 막아뒀다. 환자이니 얼굴이 창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울한 기분을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걸렸으면 좋겠다, 불면증에 걸렸으면 좋겠다. 병적 질환의 도움을 받고 싶다. 아니라면 자신이 없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곧 실제로도 잠들지 못하게 되었고, 살이 빠져 나갔다.
이처럼 살을 빼는 것은 단지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진 몸' '몰라보게 수척해진 몸' 등으로 묘사된 그의 외양은 물론이고, 신경질적인 성격 변화도 저절로 수반됐다.
루게릭병이 왼손부터 마비가 온다는 점을 감안해 1개월 가량 평소에도 왼손을 사용하지 않았다. 왼손의 근육 모양이 달라졌다. 실제로 물병을 잡으려다 떨어뜨릴 정도로 손의 기능이 약해졌다.
"나 자신도 두려워하는 부분을 해 낸 것 같아요. 누군가 멈춰줄 때까지 달렸다는 것.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자신감은 생겼죠."
# 김명민의 진정성
김명민은 자신의 꿈을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르게 연기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기하고 있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 매번 배역에 자신을 투신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30년 넘게 살아온 김명민을 버리기 위해서는 연습하고 반복해야만 한다는 논리도 거기에서 나온다.
"강마에가 말할 때는 왼쪽 입술 끝을 올리며 말하잖아요. 평소에는 그렇게 하지 않다 카메라 앞에서만 연기하려면 아무래도 어색하죠. 항상 연습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연기할 때 제가 힘들어요. 저절로 나오도록. 저는 무엇을 넣어도 다 갈아낼 수 있는 믹서기가 되고 싶어요."
서울예대 연극과 시절 첫 시간에 배운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동물의 탈을 쓰면 동물이 되고, 컵 분장을 하면 컵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메소드 연기'를 항상 기억하고 있다.
촬영장에서 몸이 지쳐갈 때에도 박진표 감독에게 "지금보다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부부로 출연한 하지원의 측은한 눈빛에 위로를 받기도 했다.
사실 김명민은 그동안 드라마에 비해 영화에서는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한 편이다. 하지만 과정에 만족한다. 김명민의 철저한 연기관 때문이다.
"영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가 얼마나 통제해 냈는가가 만족감과 성취감을 줘요. 이후에는 제 몫이 아니니까요. 영화는 감독님의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흥행이 좋지 않더라도 저를 본 관객이 김명민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면 되는 거죠. <소름> 처럼요."
김명민은 남우주연상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벌써 네티즌한테 그 이상의 상을 받았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에는 청소년까지 사인 공세를 펼치니 얼떨떨하기만 하다.
김명민은 피카소처럼 나이 드는 것이 꿈이다. 25세까지 누릴 것을 다 누린 뒤 70세가 넘어서까지 계속 창작한 피카소처럼 말이다. 김명민은, 45세에 돈을 받고 귀부인의 초상화를 단 5분 만에 그려낸 뒤 항의를 받자 "저는 당신의 초상화를 45년간 그렸습니다"라고 말했던 피카소의 예를 들었다.
"피카소가 죽기 전에 그린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이었다고 해요. 피카소는 평생 어린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는 게 목표였다고 하네요."
김명민은 "사람들이 '김명민의 다큐멘터리야?'하고 봤는데 제가 출연한 작품일 정도로 제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명민은 당초 <내 사랑 내 곁에> 시나리오를 받고 고사를 했다. TV 뉴스에서 "김명민이 영화처럼 루게릭병에 걸렸다" "영화처럼 사망했다"고 보도되는 악몽을 반복해서 꿨다.
"종우를 맡으면 진짜 죽을 것 같았어요. 매니저에게도 '나 이거 하다 죽기 싫다'고 했죠. 동시에 안에서는 '해봐'라는 소리도 들렸어요. 발버둥칠수록 조여 드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운명'인가 봐요."
영화 촬영 전 20kg을 감량하고 크랭크인하라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촬영하며 서서히 몸무게가 빠져 가고, 죽어가는 연기를 할 자신이 없었다. 막상 배역을 수락한 뒤에는, 늘 그랬듯, 자신을 던졌다. 지나고 보니 12kg까지는 무난하게 살을 뺐다. 이후 하루 0.2kg, 0.3kg 씩 덜어내는 것이 고통이었다. 감독은 얼마나 빼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김명민은 끊임없이 살을 덜어냈다.
"마라톤 선수들도 달리다 보면 10번쯤 사점을 겪는다고 하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뒤로 갈수록 깜빡 깜빡 하기도 했죠. 의식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촬영 중 침대에서 잠시 눈을 감은 것 같은데 20분이 지나있고, 모든 스태프가 기다리고 있기도 했어요. 인간의 의지가 참 약하구나 싶었죠."
김명민은 종우처럼 되기 위해 숙소의 환경도 바꿨다. 암울한 분위기가 돌도록 커튼을 꽁꽁 쳐 두고, 조금이라도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기 위해 쿠션으로 틈을 막아뒀다. 환자이니 얼굴이 창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울한 기분을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걸렸으면 좋겠다, 불면증에 걸렸으면 좋겠다. 병적 질환의 도움을 받고 싶다. 아니라면 자신이 없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곧 실제로도 잠들지 못하게 되었고, 살이 빠져 나갔다.
이처럼 살을 빼는 것은 단지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진 몸' '몰라보게 수척해진 몸' 등으로 묘사된 그의 외양은 물론이고, 신경질적인 성격 변화도 저절로 수반됐다.
루게릭병이 왼손부터 마비가 온다는 점을 감안해 1개월 가량 평소에도 왼손을 사용하지 않았다. 왼손의 근육 모양이 달라졌다. 실제로 물병을 잡으려다 떨어뜨릴 정도로 손의 기능이 약해졌다.
"나 자신도 두려워하는 부분을 해 낸 것 같아요. 누군가 멈춰줄 때까지 달렸다는 것.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자신감은 생겼죠."
# 김명민의 진정성
김명민은 자신의 꿈을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르게 연기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기하고 있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 매번 배역에 자신을 투신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30년 넘게 살아온 김명민을 버리기 위해서는 연습하고 반복해야만 한다는 논리도 거기에서 나온다.
"강마에가 말할 때는 왼쪽 입술 끝을 올리며 말하잖아요. 평소에는 그렇게 하지 않다 카메라 앞에서만 연기하려면 아무래도 어색하죠. 항상 연습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연기할 때 제가 힘들어요. 저절로 나오도록. 저는 무엇을 넣어도 다 갈아낼 수 있는 믹서기가 되고 싶어요."
서울예대 연극과 시절 첫 시간에 배운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동물의 탈을 쓰면 동물이 되고, 컵 분장을 하면 컵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메소드 연기'를 항상 기억하고 있다.
촬영장에서 몸이 지쳐갈 때에도 박진표 감독에게 "지금보다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부부로 출연한 하지원의 측은한 눈빛에 위로를 받기도 했다.
사실 김명민은 그동안 드라마에 비해 영화에서는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한 편이다. 하지만 과정에 만족한다. 김명민의 철저한 연기관 때문이다.
"영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가 얼마나 통제해 냈는가가 만족감과 성취감을 줘요. 이후에는 제 몫이 아니니까요. 영화는 감독님의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흥행이 좋지 않더라도 저를 본 관객이 김명민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면 되는 거죠. <소름> 처럼요."
김명민은 남우주연상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벌써 네티즌한테 그 이상의 상을 받았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에는 청소년까지 사인 공세를 펼치니 얼떨떨하기만 하다.
김명민은 피카소처럼 나이 드는 것이 꿈이다. 25세까지 누릴 것을 다 누린 뒤 70세가 넘어서까지 계속 창작한 피카소처럼 말이다. 김명민은, 45세에 돈을 받고 귀부인의 초상화를 단 5분 만에 그려낸 뒤 항의를 받자 "저는 당신의 초상화를 45년간 그렸습니다"라고 말했던 피카소의 예를 들었다.
"피카소가 죽기 전에 그린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이었다고 해요. 피카소는 평생 어린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는 게 목표였다고 하네요."
김명민은 "사람들이 '김명민의 다큐멘터리야?'하고 봤는데 제가 출연한 작품일 정도로 제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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